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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기름값과 전기요금은 다를까

26.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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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전기요금을 연료비와 연동해) 국제 가격이 급등할 때는 수요를 줄이고, 가격이 하락할 때는 풍부하게 사용하는 게 수요·공급의 원리에 맞다."

김동철 한국전력[015760] 사장이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 현실화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내놓은 말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을 국내 전기요금에 적절히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가격 등락을 통해 수급을 조절하고, 무엇보다 한전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지속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당연한 경제 원리가 새삼 낯설게 들리는 것은 최근 정부의 에너지 가격 정책과 묘한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국내 석유제품 공급 가격에 상한을 설정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상황에서도 최고가격을 지난 6월 말 이후 4개월 넘게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의 물가 안정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3~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월평균 0.6%포인트 낮췄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러나 최고가격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 9월에는 휘발유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3.0% 증가하기도 했다. 정부는 추석 연휴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가격을 억제하더라도 그에 따른 비용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의 손실은 정부 재정으로 보전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4조2천억원의 예비비를 편성했고, 내년 예산에도 약 1조5천500억원을 배정했다.

사실 국내 공공요금 상당수는 평상시에도 일종의 '약한 최고가격제'를 적용받고 있다. 원가 상승분을 요금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그 부담을 공공 부문에 쌓아두는 식이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대표적이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2023년 5월 이후 동결된 상태다. 한전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210조원 수준의 부채를 안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도 14조원에 달한다.

수도요금도 원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2024년 전국 평균 상수도 요금 현실화율은 74.4%에 그쳤다. 물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비용의 4분의 1가량을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물론 전기와 가스, 수도, 석유제품은 모두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재화다. 정부가 물가 안정과 민생 보호를 위해 개입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가격 안정 장치가 일시적인 위기에 대응할 때에만 쓰이지 않고, 장기적인 가격 억제로 이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원가와 판매가격의 괴리가 커질수록 공기업의 부채나 정부의 재정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단 미뤄놓은 비용은 때로 금융시장에까지 부담을 전가한다. 지난 2022년 한전의 대규모 적자를 메우기 위한 한전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을 부추긴 것이 대표적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주택용 전기요금을 그대로 두고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렸다고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7월 물가 부담이 없다면 주택용 전기요금을 조정해야 한다는 발언을 내놨다.

공공요금 중에서도 주택용 전기요금은 현실화 논의가 시급한 영역이다. 한전의 누적 적자와 앞으로 필요한 전력망 투자 재원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더구나 내년 말이면 한전의 채권 발행 한도 특례가 종료되면서, 자본금·적립금 합계의 5배에서 2배로 한도가 돌아온다.

물론 어떤 정권이든 공공 요금 인상은 필요성을 알더라도 달갑지 않은 일일 터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과 주무 장관, 한전 사장이 잇따라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과 실제로 그 부담을 감수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전 정부의 요금 정책을 비판해 온 현 정부는 과연 전기요금 현실화의 첫발을 뗄 수 있을까. (산업부 윤은별 기자)

e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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