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정책 불확실성 완화 기대…韓 기업에 긍정적"
(서울=연합인포맥스) 박지은 기자 =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부문 소장 겸 한국석좌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 주도권을 확보한 이후 시장은 의회가 데이터센터에 더 엄격한 규제를 도입할 것이란 데에 과민반응했다고 평가했다.
차 소장은 6일 세계경제연구원(IGE)과 KB금융그룹이 공동 주최한 국제컨퍼런스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 진화하는 금융의 역할' 특별대담 이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다고 해서 더 이상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았던 것처럼 규제가 느슨한 상황이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결국 민주당 역시 데이터 산업의 적으로 비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데이터센터 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파국적인 시나리오(doomsday scenario)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차 소장은 한국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미국의 통상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한 주에는 관세율을 15%로 정했다가 2주 뒤에는 30%로 올리는 식인데, 이러한 불확실성은 기업들에 매우 큰 어려움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관세율이 15%나 20% 수준으로 유지될 수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관세율이 앞으로 1년 또는 2년 동안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예측 가능성"이라며 "기업들은 관세율이 얼마인지 알고 있기만 하다면 그에 적응할 수 있다"고 봤다.
차 소장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면서도 "초기엔 그런 전략이 통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민주당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정말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과 계속 함께할 생각입니까'라고 물을 것이고, 많은 공화당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미 거리를 두기 시작했으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행정부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 대해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첫 2년 동안 보았던 것과 같은 이민 및 비자 정책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러한 변화가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 안도감을 줄 수 있다면, 이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한국 통상 압박 자체가 약해질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차 소장은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임기 마지막 2년을 보내는 레임덕 대통령이 됐다"면서도 "그렇다고 관세와 투자 문제에 대한 관심을 줄일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그 밖에 한미 동맹이 직면한 여러 갈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관계없이 현재 한미동맹에는 상당한 긴장이 존재한다"며 "무역과 투자뿐 아니라 상업적 분쟁,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정보 공유 등 여러 문제에서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 소장은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며 "양국이 언론을 통해 논쟁을 벌이는 것보다 비공개로 직접 대화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양국 간 갈등이 언론에서 지나치게 많이 논의되고 있다"며 "이는 일반적으로 양국 관계에 좋지 않다"고 짚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 한국의 전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한국이 이미 양국 중 한 나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차 소장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에 대한 위험을 줄이려 한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한국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테크 등 미래 핵심 산업에서 이미 전략적 선택을 내렸으며, 그 선택은 분명히 미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미래를 위해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알 수 있다"며 "중국에 일부 구형 산업이나 기존 산업 기반이 남아 있을 수는 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는 모두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정치가 아무리 변동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중국보다는 훨씬 더 투명하다"며 "한국이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차 소장은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미국의 동맹국들에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민과 외교정책, 동맹국에 대한 대우, 관세 등 거의 모든 문제에서 행정부가 취해 온 지나치게 극단적인 입장을 완화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미국 국민이 지나치게 극단적인 정책보다 중도적인 방향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진 제공]
jepark2@yna.co.kr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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