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규제 완화에도 시장 회의론…외국인 매도 압력 여전
한 달여 전 빚투 억제 기조와 대비…단기 수급 완충 효과는 기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정부가 증시 급락에 대응해 신용융자 담보유지비율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불과 한 달여 전 '빚투(빚내서 투자)' 억제를 명분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던 기조와 엇박자를 내는 데다, 외국인 자금 이탈이 주도하는 하락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반대매매를 늦추는 것만으로는 증시의 방향을 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일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오는 9일부터 3개월간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유지비율 140% 유지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주가 급락으로 담보가 부족해진 계좌에서 반대매매가 나오고, 이것이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증시 안정에 미치는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 안정에 미치는 실질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과도한 레버리지를 억제하겠다며 신용융자 관리를 강화했던 만큼 정책 기조의 일관성에도 의문이 든다"고 평가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9월 23일 종합금융투자사업자 10곳과 함께 신용융자 자율관리 강화 방안을 내놨다.
신용공여 규모를 자기자본의 90% 이내로 관리하고, 신용융자 최저보증금률을 50%로 높이는 한편 특정 종목의 신용융자 비중이 15%를 넘으면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당시에는 '빚투'를 억제하는 데 방점을 찍었지만, 한 달여 만에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막기 위한 조치가 등장한 셈이다.
반대매매를 유예하더라도 지수 하락을 주도하는 수급 요인까지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증시 하락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외국인 매도세가 자리하고 있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두 종목의 주가가 외국인 수급과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에 좌우되는 상황에서 개인 신용융자의 강제청산을 일부 유예하는 조치가 지수 하락 압력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대매매가 단기적인 매도 압력을 증폭할 수는 있지만, 이를 늦추는 것만으로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나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까지 되돌릴 수는 없다는 의미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루에 지수가 5%씩 빠지는 상황에서는 딱 하루 생명 연장"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대책이 반대매매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가 아니라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정부가 담보유지비율 유지 의무를 면제하더라도 실제 완화 폭과 유예 조건은 개별 증권사의 판단에 달려 있다.
KB증권은 신용·대출 담보유지비율을 140%에서 130%로 한시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담보비율 130% 이상 140% 미만 고객의 반대매매를 신청에 따라 유예하되, 매 영업일 다시 신청하도록 했다. 120% 이상 130% 미만인 고객은 1회에 한해서만 유예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22년 7월에도 담보유지비율 유지 의무를 3개월간 면제했다가 추가로 3개월 연장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글로벌 긴축과 투자심리 위축이 이어지면서 증시 하락세를 멈추지는 못했다.
결국 거시경제 여건이나 기업 실적에 대한 전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일시적인 규제 완화가 증시의 추세적인 반등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주가지수 상승을 주요 정책 성과로 강조해온 만큼, 이번 대책의 실효성 역시 시장의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