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극의 파인앤썰] 외국계보고서에도 휘둘리는 K증시

2024.10.0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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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극의 파인앤썰] 외국계보고서에도 휘둘리는 K증시



(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달 19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보다 6.14% 곤두박질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11% 이상 폭락했다가 그나마 낙폭을 줄이며 장을 마쳤다. 이달 2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도 장중 2% 이상 떨어지면서 1년 7개월 만에 '5만전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전 영업일에도 4.21%나 급락하면서 코스피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우리나라 대장주들이 추풍낙엽 신세가 된 데에는 외국계 보고서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실제로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15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현 주가보다 낮은 12만원으로 낮추는 보고서를 내놨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에 대해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하면서 스마트폰·PC 수요 감소에 따른 일반 D램 가격 하락,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과잉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맥쿼리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의 12만5천원에서 6만4천원으로 대폭 내렸고, 투자 의견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한 바 있다.

문제는 외국계 보고서 하나에 국내 증시를 흔든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란 점이다. 글로벌 시가총액 10위권을 오르내리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그것도 대한민국 대표주식들이 외국계 보고서에 휘청이는 모습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급기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당국도 선행매매 의혹 등에 대해서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외국계 기관이 선행매매를 했는지, 비공개 정보를 이용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만약 잘못이 발견되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외국계 보고서 하나를 두고 음모론으로 몰기보다 외국계 보고서의 영향력이 확대된 배경을 살피고 자본시장의 체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외국계 증권사 매도 보고서의 영향력이 이처럼 커진 것은 글로벌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막강한 세일즈 파워가 뒷받침된 탓도 있지만, 외국계와 다른 매수 보고서 일색의 국내 증권사의 관행과도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 서비스를 보면 국내 증권사 30곳 가운데 지난 6월 말 기준 1년간 전체 리포트 가운데 매도 리포트 비율이 1%를 넘는 곳은 신영증권(1.4%)뿐이다. 반면 모건스탠리 서울지점을 비롯해 주요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중은 10%를 훌쩍 넘는다. 국내 증권사들이 기업과의 관계 등으로 눈치 보느라 매도 의견조차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침없이 매도를 외치는 외국계 보고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와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상대적으로 허약한 국내 증시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의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3.5%와 12% 역주행했다. 올해 주요국 주가지수 중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나라는 러시아와 브라질 정도에 그친다. 미국과 일본 등이 10%대 상승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주식시장은 철저하게 소외당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주식 공매도를 금지하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 주식시장을 손절하고 미국과 일본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이른바 '서학개미'와 '일학개미'만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수 기반이 더욱 취약해지는 악순환이 전개되고 있다.

흔히들 자본시장은 국가 경제의 거울이라고 부른다.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만드는 구조개혁 등의 정책을 지속해야 하지만, 정부의 진단처럼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이 괜찮은 데도 국내 증시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 실물을 제대로 비춰주지 못하는 '왜곡된 거울'을 고치는 대응 강도를 더욱 높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취재보도본부장)

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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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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