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투자 큰손들④] 노르웨이연기금 "MSCI DM 되면 투자 확대"
메리츠 담고 KB 덜어낸 NBIM…"비상장주 투자 논의 중"
(오슬로=연합인포맥스) 송하린 한상민 기자 = "우리는 패시브 투자자입니다. 벤치마크에 따라서 국가별 투자 비중을 결정합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국부펀드(GPFG)의 자산을 운용하는 노르웨이연기금(NBIM)은 전체 자산 17조7천억크로네(한화 약 2천234조원) 가운데 72%를 주식으로 운용하는 세계 최대 주식시장 기관투자자다.
최근 국민연금(NPS)을 포함해 대체투자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는 다른 글로벌 연기금들과는 사뭇 다른 방향이다. 그만큼 글로벌 주식시장 내 NBIM의 존재감은 크다.
한국 주식시장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기금자산 중 단 1.2%만 한국에 투자하지만, 그 규모는 무려 26조7천억원이다. 지난달 말 기준 한국시장 내 외국인 투자 규모인 761조원의 3.5% 수준이다.
트론드 그란데 NBIM 부사장은 31일 연합인포맥스와 만나 "NBIM은 자산 배분 목표 상 주식시장 비중을 60~80%로 설정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70%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년 NBIM의 자산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주식투자 규모만 1천609조원인 현 수준보다 더 많은 자금을 주식시장에 투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들의 거대 자금은 어느 국가의 자산시장으로 더 많이 흘러갈까.
트론드 그란데 NBIM 부사장
◇NBIM "한국, MSCI 선진지수 되면 투자 확대할 수도"
트론드 부사장은 한국 밸류업 정책이 NBIM의 국가별 투자 비중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리는 미국, 스웨덴, 한국 등 단일 시장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관점을 취하지 않는다"며 "벤치마크가 기본적인 기준이 된다"고 답했다.
NBIM이 사용하는 벤치마크는 세계적인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만든 'FTSE 글로벌 올 캡 지수(FTSE Global All Cap Index)'이다.
올해 8월 말 기준 FTSE 글로벌 지수 내 한국 비중은 1.21%다.
트론드 부사장은 "각 시장의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해당 국가에 상장된 기업의 시가총액"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들에 비해 좋은 성과를 거두면 그곳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투자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FTSE 내 선진국 시장으로 분류되는 한국의 지위가 하락할 경우 NBIM도 투자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NBIM이 2차적인 벤치마크로 사용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내에서 한국 지위가 선진국으로 상승할 경우 NBIM의 한국 투자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한국이 선진지수로 승격할 경우 해당 시장에 투자하고자 하거나 투자해야 하는 투자자가 더 많아지면서 투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신한·메리츠 담은 NBIM, 하나·KB는 덜어냈다
벤치마크에 따라 국가별 투자 비중을 정하는 NBIM은 그 안에서 펀드매니저들의 판단에 따라 특정 기업을 매 분기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편출입하는 식으로 직접 운용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HD현대마린솔루션, 코스메카코리아, 가온전력,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을 올해 들어 새롭게 편입했다. 아프리카TV, 큐브엔터테인먼트, LG헬로비전, 락앤락 등은 전액 정리했다.
특히 한국 금융주에 대해서는 종목별 차별적으로 대응한 점이 눈에 띈다. 신한금융과 메리츠금융의 지분율은 각각 1.17%포인트(P)와 0.67%P 늘린 2.23%와 3.4%까지 확대했는데,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0.86%P와 0.15% 줄인 0.98%와 2.31%까지 축소했다.
저평가 반도체주 위주로 매수한 모습도 보였다. 올해 상반기 내내 주가가 박스권에서 머물며 저평가받은 삼성전자 지분율을 1.8%에서 2.14%까지 확대했는데, 같은 기간 66% 오른 SK하이닉스는 1.75%에서 1.89%로 소폭 늘렸다.
트론드 부사장은 "벤치마크 내 주식 편출입은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개별적으로 재무적인 판단으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사모주식까지 투자자산군 확대…"아시아까지 볼 것"
대체투자 비중이 1.8%로 적은 편인 NBIM은 지난해부터 사모주식까지 투자자산군을 확대할지를 논의하고 있다.
트론드 부사장은 "사모주식은 공모주식에 비해 순수익률이 훨씬 낫고, 전 세계 주식시장 내 상장기업 수가 줄어들면서 비상장주식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시장 구조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NBIM이 세계에서 기회를 포착하려면 사모펀드에 대한 배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NBIM 분석에 따르면 공모주식시장과 비교해 측정한 사모주식은 2010년 4%에서 2022년 9%로 성장했다. 바이아웃 펀드는 매년 공모주식보다 3~4%포인트 초과 수익률을 기록했다.
트론드 부사장은 "대체투자는 주로 유럽에 집중해서 집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국제화될 것"이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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