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초대형사 리그' 된 우정사업본부 VC 출자사업

2024.11.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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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초대형사 리그' 된 우정사업본부 VC 출자사업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올해 우정사업본부는 두 차례 벤처캐피탈(VC) 출자사업을 진행했다. 하반기 출자사업에선 IMM인베스트먼트와 인터베스트, LB인베스트먼트 등 3곳이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됐다.

3개 운용사는 약 400억원의 자금을 나눠 갖는다. 이를 통해 최소 1천억원 이상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벤처캐피탈에 최대 700억원의 자금을 풀며 경색된 펀드레이징 시장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다만 최근 진행한 하반기 출자사업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출자사업 문턱이 현격하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상반기엔 운용자산의 순자산가액 2천억원 이상인 하우스면 지원이 가능했다. 하반기 출자사업에선 자격 요건을 3천억원이나 높여 상반기 기준 5천억원을 초과한 운용사만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순자산가액은 운용자산(AUM)과는 차이가 있다. 펀드가 보유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의 가치를 말한다. 포트폴리오의 평가익이나 평가손 등을 반영한 펀드의 실제 가치를 나타낸다. 시장의 상황에 맞게 주기적으로 가치가 조정되는 만큼 일반적으로 펀드 규모를 나타내는 AUM보다 낮은 게 순자산가액이다.

문제는 국내 벤처캐피탈 가운데 순자산가액이 5천억원 이상인 하우스가 몇 안된다는 점이다.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올해 반기말 기준 총 13곳에 불과하다.

▲한국투자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SBVA ▲LB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우리벤처파트너스 ▲스톤브릿지벤처스 ▲신한벤처투자 ▲DSC인베스트먼트 등이다.

해당 13곳에 포함되지 않는 운용사들은 울상이다. 펀드 자금 매칭이 위축된 상황에서 우정사업본부까지 초대형 운용사만 우대하는 분위기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와 같이 출자사업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기관이 확대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경험이 많고 역량있는 하우스에 자금 운용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업계에서 대형사로 꼽히는 벤처캐피탈도 순자산가액이 5천억원을 넘지 못해 지원조차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순자산가액이 5천억원을 초과하는 초대형 벤처캐피탈 입장에선 우정사업본부의 지원 자격 요건 강화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13곳 가운데 펀드레이징을 진행하는 하우스가 적어지면 그만큼 경쟁률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통틀어 우정사업본부 출자사업의 GP가 된 곳이 약 5곳"이라며 "내년에도 운용사 수가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13곳 중 펀드레이징을 진행하는 곳은 우정사업본부 출자사업에서 GP 기회를 얻기 쉬워진다"고 얘기했다.

검증된 하우스에 출자하겠다는 우정사업본부의 취지는 벤처캐피탈업계에서도 이해하고 있다. 다만 지원 문턱을 높여 또 다른 경쟁력 있는 하우스를 놓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정사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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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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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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