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YMI] 되살아난 美 부채한도…'유동성 호재'일 수 있는 까닭
재무부, 추가 차입 막히고 현금 계속 소진…'연준 QT' 상쇄 작용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미국 정치권의 고질적 골칫거리인 연방정부 부채한도(debt limit)가 2일(현지시간)을 기해 되살아났다. 2023년 6월 통과된 부채한도 적용 유예 조치가 전날로 종료됐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달 27일 의회 지도부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이같은 사실을 미리 통지했다. 부채한도는 1일 부채 잔액을 기준으로 새롭게 설정된다.
이날 미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잔액은 약 36조2천186억달러로 집계됐다. 1일치 데이터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한도의 부활에도 재무부가 즉각 추가 차입이 막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옐런 장관은 서한에서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험) 관련 비시장성 유가증권의 상환으로 한도 적용을 받는 부채 잔액이 1월 2일 일시적으로 54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일부터 바로 '특별 조치'(extraordinary measures)를 취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무부는 부채 잔액이 한도에 도달하면 추가 차입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재무부는 보유현금을 계속 소진하는 한편으로 일부 공적 연금 및 기금에 대한 출자를 연기하는 방법으로 재원을 확보해 시간을 버는데, 특별 조치는 이를 일컫는 말이다.
옐런 장관은 서한에서 "1월 14~23일 사이 새로운 한도에 도달해 특별 조치 개시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부채한도 문제가 미해결 상태에서 장기화하면 미국 정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채한도는 단기적인 유동성 측면에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이중적 성격도 갖고 있다. 미국 국채 추가 공급이 중단되는 가운데 재무부는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직전 부채한도 제약 시기인 2023년 상반기를 보면, 한때 5천억달러를 넘어섰던 재무부의 현금잔고는 200억달러대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는 양적긴축(QT)을 통해 유동성을 계속 흡수하고 있었지만 재무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31일 기준 재무부의 현금잔고는 약 7천219억달러로 집계됐다. 2023년에 비해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한 상태에서 부채한도에 직면한 셈이다.
골드만삭스의 윌리엄 마셜 금리전략 헤드 등은 보고서에서 "부채한도 제약은 (정치권의) 타결이 있을 때까지 채권 공급이 줄어들고 전반적인 유동성 수준은 더 높으리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재무부의 현금잔고는 "과거 부채한도 도달 사례 때에 비교해 역사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골드만은 상반기 중 부채한도 관련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재무부의 현금 소진은 연준의 QT를 "완전히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면서 이른바 '엑스 데이트'(X-date)는 "2025년 7월 또는 8월쯤"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엑스 데이트는 재무부의 특별 조치까지 고갈되면서 디폴트가 현실화할 수 있는 시점을 일컫는 말이다.
부채한도가 증액되거나 적용이 다시 유예된다면 재무부는 소진된 현금잔고를 다시 쌓는 작업에 돌입한다. 재무부의 영향이 유동성을 흡수하는 반대 방향으로 바뀌는 셈이다.
부채한도 적용 유예가 결정됐던 2023년 6월 재무부의 현금잔고는 한 달 동안에만 약 3천500억달러 늘어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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