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1위 中CATL, 홍콩 상장까지 '주마가편'…韓 3사는 생존 걱정
현금 쌓이는 CATL, 홍콩 상장으로 투자 여력 추가 확대
작년 국내 셀 3사 적자 전환…"신용도 하향 압력 높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세계 배터리 시장 선두 업체인 중국 CATL이 대규모 시설투자(CAPEX)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홍콩 증시 상장에 나섰다.
이미 영업 활동으로 막대한 잉여현금을 쌓고 있는 CATL로서는 '주마가편(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이다.
이 같은 모습은 실적 회복 지연으로 올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인 국내 배터리 셀 3사와 대조를 이뤘다.
[출처: CATL]
14일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CATL은 지난 11일 상장신청서 초안(Application Proof)을 홍콩증권거래소에 제출했다.
구체적인 조달 규모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CATL은 최소 50억달러(약 7조3천억원) 이상을 확보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CATL은 최대 73억유로(약 11조원)를 투자할 예정인 헝가리 프로젝트 등에 해당 자금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헝가리 공장은 독일에 이어 CATL의 유럽 내 두 번째 생산시설이다.
CATL은 이미 2018년 선전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으나 최근 홍콩 증시 상승세에 편승해 효율적으로 자본을 확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증시 벤치마크 지수인 항셍 지수는 최근 1년 동안 37.4% 상승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12월 CATL의 잉여현금흐름이 향후 2년간 성장해 순현금이 확대될 것이라고 관측했는데, 홍콩 증시 상장으로 추가 현금이 유입되면 투자 여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또 CATL은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CATL은 97.4기가와트시(GWh)로 LG에너지솔루션[373220](88.8GWh)을 제쳤다. 2023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0.1GWh 차이로 1위였다.
점유율로 보면 2023년 양사가 27.5%로 막상막하였으나 지난해에는 CATL 27.0%, LG에너지솔루션 24.6%가 됐다.
국내 배터리 셀 3사는 최근 수급 악화와 경쟁 심화, 정책 불확실성의 삼중고에 짓눌리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006400], SK온의 연결 기준 합산 영업이익률은 2021~2023년 연평균 4.3%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0.4%로 급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연결 기준 합산. 점선 영업이익률은 AMPC 효과 제외 기준 [출처: 한국신용평가]
이들 기업은 모두 지난해 수조원대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외부 조달이 없다면 회사의 현금이 계속해 줄어든다는 의미다.
세액공제(AMPC)로 수익성을 지탱해줬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및 축소 우려도 여전하다.
올해 영업 환경도 쉽지 않다. 앞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가 내년 이후에야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2일 펴낸 보고서에서 "이차전지 산업 전반의 이익창출력 약화와 재무부담 상승이 지속되며 주요 업체들의 신용도 하향 압력이 높아졌다"면서 "2025년 이후 투자부담은 이전 대비 완화하겠지만 큰 폭의 영업창출현금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터리 업계 고위 관계자는 CATL의 홍콩 증시 상장을 계기로 국내 업체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중국 업체 진입에 제약이 있는 북미 시장을 선점하고, 동등하게 경쟁하는 유럽에서도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판 IRA'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돼 국내 배터리 기업에 대한 정부의 현금 지원이 가능해지더라도 제한적 규모로 인해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중국산 전기차에 주는 보조금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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