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용의 글로브] 미국의 부채한도와 양적긴축
(서울=연합인포맥스) 2011년은 미국의 부채한도 문제가 금융시장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해다.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 속에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를 반영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당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채를 대거 매입하는 등 양적긴축(QT)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는데, 이 정책이 부채한도 관련 불확실성과 얽혀 통화정책의 효과를 복잡하게 만들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인 것이다.
2023년 부채한도가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의회에선 부채한도 증액과 정부지출 삭감 주장이 맞부닥치며 관련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정부는 현금을 소진하기 시작했고, 일시적으로 연금 출자 등을 미루는 '특별 조치'도 단행했다. 연준은 이때에도 QT 정책을 썼는데, 이 여파로 시중 유동성이 급감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되자 신용평가사 피치는 '거버넌스의 부식(erosion of governance)'을 언급하며 미국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낮췄고,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선 금융시스템 내 스트레스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챗GPT 등 AI툴 활용사례 정리)
미국 재무부
미국 연방정부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해도 이를 집행하려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의회는 백악관과 협의해 부채한도를 결정하는 체제를 1917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이달 3일 기준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잔액은 약 36조2천166억달러다. 재무부는 부채 잔액이 한도에 도달하면 추가 차입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재무부는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물량을 차환하는 선에서만 국채를 발행하고, 보유현금을 계속 소진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간을 번다. 부채한도가 증가하면 신규 물량 추가를 통해 국채 발행을 늘리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시중유동성이 조절된다.
QT는 연준이 유동성을 흡수해 경기 과열을 방지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정책이다. QT는 주로 연준이 보유한 국채나 모기지담보증권(MBS) 등을 매각하거나 만기 도래한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으면서 자산규모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단행된다. QT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규모 국채가 발행되면 이를 소화하면서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금리 상승은 다시 QT와 결합해 유동성을 더욱 축소하고 신용경색을 불러올 수 있다.
시장에서 올해도 부채한도 이슈가 금융시장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부채한도 제약으로 추가 차입이 막힘에 따라 연방정부의 보유 현금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연준의 QT 효과를 상쇄시키는 교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 등이 단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부채한도 도달 후 재정 관리를 취임 후 중점 추진 과제로 꼽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여기에 연준은 최근까지 QT 기조와 속도를 유지해 왔다. 다만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QT의 일시적 중단을 시사하면서 변화의 조짐도 관측되고 있다.(2025년 2월 26일 오전 11시 3분 송고된 '[ICYMI] 연준 보유채권, QT 종료 다음은 어떻게…듀레이션 축소될 듯' 제하 기사 참조)
미국 재무부
미국 재무부의 현금 잔고는 올해 2월 기준으로 5천596억달러다. 작년 말 7천219억달러에 비해 1천623억달러 급감했다. 재무부는 당장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21일부터 일부 공적 연금 및 기금에 대한 출자를 연기하는 특별 조치도 가동하고 있다. 특별 조치의 가용 한도 3천400억달러 중 2천780억달러는 사용됐고, 약 600억달러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월가에서는 현금 잔고와 특별 조치 한도가 모두 바닥나면서 디폴트가 현실화하는 시점과 관련해 '엑스 데이트(X-date)'라는 말이 회자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의 부채한도 증액 또는 적용 유예, 연준의 QT 일시 중단 중 어떤 안이 엑스 데이트의 도래를 막을 해법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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