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이드카' 발동한 날 3년래 최대 규모 사들인 연기금
관세 영향 비껴간 종목 차별적 순매수…반도체·조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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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트럼프 발 관세전쟁 우려로 코스피가 1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한 날,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올해 가장 큰 규모로 국내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금, 3년 2개월 내 최대 하루 순매수…저가매수 돌입
8일 연합인포맥스 매매추이(화면번호 3302)에 따르면 연기금은 전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천307억원어치 국내주식을 순매수했다.
올해 연기금의 일별 코스피 순매수 규모 가운데 가장 클 뿐만 아니라 2022년 1월 27일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를 하루 만에 사들인 것이다.
이날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 다섯번째로 큰 금액을 순매도하면서 코스피가 5% 넘게 급락한 날이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2조948억원 투매했다. 2021년 8월 13일 2조7천억원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 매도 폭탄이다.
코스피200선물지수가 5% 이상 급락하면서 장 초반부터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작년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 탄핵 결정과 트럼프 발 상호관세 발표를 앞둔 불확실성으로 외국인이 7영업일 연속 순매도하는 가운데 연기금은 7영업일 연속 총 1조2천614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코스피 충격을 완화하는 주요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코스피가 빠지면서 줄어드는 국내주식 비중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 매수로 해석된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 수준이다.
장기 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주가지수가 지금 당장은 하락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평균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전제로 자산 배분 계획에 따라 투자를 집행한다. 코스피 하락 때마다 국내증시 구원투수로 보일 만큼 연기금이 저점매수를 하는 이유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1.5%로, 올해 목표인 14.9%와의 괴리를 메울 필요가 있기도 하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연기금의 수급을 보면 경험칙상 연기금의 수급 모멘텀이 평소 대비 강했을 때가 지수의 저점이었다"며 "특히 코스피의 12개월 후행 PBR이 0.9 이하일 경우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분석했다.
◇관세 영향 비껴간 종목 차별적 순매수…반도체·조선 주목
연기금은 종목별로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HD현대중공업 등 관세 영향을 비교적 비껴간 종목 중심으로 순매수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달 연기금은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HD현대중공업, SK하이닉스 순으로 각각 1천761억원, 992억원, 671억원, 498억원 사들였다. 연기금이 이달 순매수한 규모인 1조2천억원의 35% 가까운 비중이다.
지난 3일 발표된 트럼프 상호관세 내용에는 반도체와 의약품이 빠져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월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만 주식을 20조원 넘게 순매도했는데 TSMC가 상당 부분 차지한다"며 "신흥국시장(EM)의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으로 판단되며, 외국인의 TSMC 순매도 자금은 향후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및 기술 주식 편입 자금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추가로 품목별 관세를 발표할 가능성이 남아있으나 현시점의 불확실성은 해소됐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목표주가를 125만원으로 상향했다.
HD현대중공업이 대장주인 한국의 조선업은 트럼프 2기 관세전쟁 속 무풍지대로 꼽힌다.
이지니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 기조로 인해 신규 수주 둔화는 불가피하지만, 미국의 대중국 견제로 국내 조선업에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조선업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신규 제시한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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