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리스트, 삼성전자 HBM에 선제 소송…'087 특허'로 본 전략적 행보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미국의 특허관리법인(NPE) 넷리스트(Netlist)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군을 겨냥해 칼을 들었다. 업계에서는 넷리스트가 장기간 준비 끝에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며, 반도체 핵심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IP)을 통해 로열티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넷리스트는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지난 19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및 미국 내 자회사들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5월 20일 14시 16분 송고한 ''이번엔 HBM3'…美 넷리스트, 삼성전자에 또다시 특허 소송 제기' 제하 기사 참고)
문제가 된 기술은 미국 특허번호 12,308,087호(이하 '087 특허)로, 소장 접수 다음날인 20일 기준으로 등록 절차가 마무리됐다.
특허 등록 직전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은, 넷리스트가 사전 등록 번호 등을 미리 확보하는 등 삼성전자와의 법적 분쟁을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해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특허는 '적층형 메모리' 기술에 관한 것으로, 여러 개의 D램 칩을 쌓아 올린 구조에서 신호를 주고받는 방식과 이를 제어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특히 각각의 메모리 칩에 신호를 효과적으로 나눠 보내고, 명령 신호와 데이터 신호를 따로 처리하는 방식이 주요한 내용이다.
넷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최신 메모리 제품인 HBM3E가 이 특허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3E에 여러층의 D램 다이를 적용하고 칩 사이를 연결하는 수직 통로(TSV)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는 '087 특허의 청구항에 기술된 구성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게 넷리스트 측의 입장이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캡처]
업계는 소송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엔비디아로부터 HBM3E 테스트를 통과했으며, 넷리스트는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를 2022년께 출원하고 이달 등록을 마쳤다. 출원한 특허의 등록 절차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곧바로 소송에 나섰다는 것은 넷리스트가 관련 기술과 삼성전자의 HBM3E 퀄 테스트 통과 시점을 주시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특히 지난해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메모리 소송 배심원 평결에서 승소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손해배상은 물론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HBM3에서 추가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넷리스트는 소장에서 삼성의 침해가 고의적이라고 주장하며, 미국 특허법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최대 3배를 청구할 수 있는 조항도 함께 적용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기존의 DDR4나 DDR5 기반 소송보다 한층 더 공격적인 접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리스트의 신규 특허는 기술적 설계 요소가 세분된 것으로 보인다"며 "상용화된 HBM 제품들과 구조적 유사성이 분명히 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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