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극의 파인앤썰] 부담스러운 글로벌 국채금리

2025.05.2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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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극의 파인앤썰] 부담스러운 글로벌 국채금리



(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이 심상치 않다. 미국은 물론 일본, 유로존 등 주요국 국채금리가 장기물을 중심으로 급등세다. 경기 부진 등으로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국채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2일(현지시간) 연 4.53% 수준으로 장을 마쳤는데, 올해 저점과 비교하면 0.53%P 높다. 지난해 저점인 연 3.62%보다는 1.00%P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20년 국채금리는 5%를 넘어 연 5.05%로 장을 마쳤다. 4월 초 연 4.44%에서 한 달 보름여 만에 무려 0.60%P나 치솟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작년 하반기에만 기준금리를 연 1.00%P 내렸으나 국채금리는 정작 상승했다.







일본 국채금리도 장기물 위주로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5월 초 연 1.27%에서 22일에는 1.56%로 0.29%P 올랐고, 같은 기간 20년물 국채금리는 2.19%에서 2.58%로 0.39%P 치솟았다. 유로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과 영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작년 말에 각각 연 2.37%와 4.57%에서 전일 연 2.65%와 4.76%로 상승한 상태다. 모두 0.20%P 정도 상승한 수준이다.







단기물 국채금리가 안정세를 유지하는 반면 만기가 긴 장기물을 보유하는 대가로 투자자들이 발행자들에게 요구하는 '기간 프리미엄'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장기채권에 대한 글로벌 참가자들의 눈높이가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이유는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향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각된 상황에서 그동안 시장금리에 과도하게 반영됐던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재조정된 탓이 가장 크다. 특히 각국이 경기 부진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시사하면서 국채 공급량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장기물 국채금리에 상승압력을 가하고 있다. 재정 상황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서울채권시장은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세에서 살짝 벗어난 모양이나, 주요국에서 나타나는 국채금리 상승은 우리나라에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할 경우 외화 조달 비용이 커지고, 이는 환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은 해외는 물론 국내 금융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더욱이 팬데믹 시기에 대규모 확장재정으로 대부분 국가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다시 재정지출이 확대되면 금리가 상승하고 금리 상승이 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이는 경기 대응 차원의 재정정책의 효과를 반감시켜 국내외 경기부양 효과도 제한할 수 있다. 결국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이 해당국에는 물론 우리나라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직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비율이 50% 아래에서 관리되고 있다. 일본은 200%대 중반, 미국은 119% 수준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수준이다.

그렇다고 안심하기도 이르다. 최근 국가부채 비율 상승 폭이 가팔라지는 데다 경기부양을 위해 올해도 1차 추가경정예산에 이어 2차 추경이 불가피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재정투입을 전제로 하는 공약들도 쏟아지고 있다. 앞으로 세입 기반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국가부채가 계속 높아진다면, 최근 주요국 채권시장에 출몰한 '채권자경단'이 우리나라에도 들이닥칠지 모른다. (편집국장)

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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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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