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명제 삼성운용 부사장 "ETF 분배금 확대? 고객 선택권 확대"
"보수 인하, 고객 최우선…단순 경쟁 아닌 '선관의무' 실천"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S&P500, 나스닥100 ETF에서 조금 더 많은 배당을 원하셨던 고객들의 '갈증'이 있었습니다. 이번 분배금 확대는 이러한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여 투자 선택의 폭을 넓혀드리고, 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 결정입니다"
삼성자산운용 KODEX ETF 사업을 총괄하는 박명제 부사장은 최근 단행한 미국 대표지수 ETF의 분배금 정책 변경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에도 "실제 고객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KODEX만의 길을 뚝심 있게 걸어가겠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박 부사장은 지난 22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정책 변화로 TR(총수익 자동 재투자)형 상품이 PR(분배금 지급)형으로 전환되면서, 이왕이면 분배금을 더 적극적으로 받고 싶다는 고객 문의가 많았다"며 "과거 TR형 운용 시 누적된 이익잉여금을 15분기에 걸쳐 추가 지급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해외주식형 ETF의 TR형 운용을 제한했다. 해외 주식 배당금은 해당 연도에 소득세를 납부해야 하지만, TR 구조는 펀드 내부에서 과세 없이 재투자되어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 해외주식형 TR ETF는 전면 금지되며 기존 TR 상품도 PR형으로 구조를 변경해야 한다. 삼성운용은 이 과정에서 기존에 유보되었던 분배금까지 투자자에게 환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KODEX 미국S&P500 ETF에 1억 원을 투자했다면 연간 총 232만 원(세전)의 분배금을 수령해 기존보다 약 110만 원을 더 확보할 수 있다"며 "이 추가 현금으로 최근 주목받는 테마형 ETF에 투자하거나 안정적인 월배당 상품에 재투자하는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분배금 확대를 통해 고객의 투자 선택지를 넓힌다는 설명이다.
분배금 증가에 따른 세금 부담 우려에 대해 박 부사장은 "미국 대표지수 ETF 투자의 약 80%가 연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인형퇴퇴직연금(IRP) 등 절세 계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 실제 세금 부담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특히 이번에 추가 지급되는 유보 분배금 재원은 외국납부세액 발생 이전에 형성된 것이어서 절세 계좌에서 수령 시 외국납부세액 15% 차감 없이 100% 수령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일반 계좌 투자자 역시 해당 ETF의 평균 보유 기간이 약 10개월로 비교적 짧아, 분기별 배당소득세에 대한 민감도보다는 매매차익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고객센터에는 이번 조치에 대한 불만보다는 늘어난 분배금 활용 방안에 대한 문의가 주를 이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인포맥스 촬영
자산운용업계의 ETF 보수 인하 경쟁이 '치킨게임'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수수료 전쟁이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보수 인하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선관주의)'에 입각한 고객 수익률 제고 조치이지, 단순 경쟁이 아니다"라며 "모든 상품이 아닌 장기 투자에 적합한 핵심 상품만 인하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 부사장은 과거 홍콩 근무 시절, 한 유명 펀드매니저로부터 "저렴한 수수료가 아닌 '컴펠링 아이디어(compelling idea, 매력적인 투자 아이디어)'를 원한다"는 말을 듣고 금융업의 본질에 대해 깊이 깨달았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결국 금융업의 핵심은 고객과의 신뢰 구축과 실질적인 가치 제공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ETF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브랜드 신뢰도"라며 "KODEX는 운용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동일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중에서도 최상위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초'와 '혁신'을 KODEX의 정체성으로 본 그는 "2002년 국내 최초의 ETF 'KODEX 200'을 시작으로 아시아 최초 버퍼형 ETF, 최근의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 ETF에 이르기까지 KODEX는 '자본시장의 민주화'를 선도해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KODEX의 배당 관련 상품들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박 부사장은 "투자자들이 '김치 DIVO'라는 애칭까지 붙여준 'KODEX 미국배당커버드콜액티브', 그리고 올해 개인 순매수 월배당 ETF 1위를 달리고 있는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 같은 상품들은 꾸준한 현금흐름과 절세 혜택을 동시에 원하는 투자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꿰뚫어 본 성과"라고 소개했다.
박명제 부사장은 또한 "삼성운용이 투자자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테크놀로지 컴퍼니'로 도약하고, 투자자와 운용사, 증권사, LP(유동성공급자)가 동반 성장하는 건강한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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