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방압력 거세게 받는 달러-원…수급상 요인 살펴보니

2025.05.26 15:14

읽는시간 4

URL을 복사했어요
0
하방압력 거세게 받는 달러-원…수급상 요인 살펴보니



https://tv.naver.com/h/77242239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이달 들어서만 60원 넘게 하락하는 등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원화 절상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글로벌 탈달러 흐름 속에 수급과 대내외 변수에 따라 원화 강세 여건이 쌓이고 있다면서 향후 달러-원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한때 1,360.50원까지 하락해 지난해 10월 16일 1,360.4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달 들어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절상률은 4.4%로 대만달러의 7% 다음으로 주요 통화 가운데 절상폭이 컸다.

같은 기간 엔화는 0.2% 오르는 데 그쳤고, 유로화 역시 0.75 상승했다. 중국 위안화(CNH)는 1.4% 높아졌다. 멕시코 페소와 캐나다달러는 2.2%, 0.7% 절상됐다.

달러 인덱스는 이달 들어 99선 안팎에서 움직이며 사실상 큰 변동은 없었다.



◇ '탈달러' 거대한 흐름 속 亞 통화 강세

달러 인덱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촉발한 미국 자산 신뢰도 추락에 따라 100선을 하회하는 약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미국채 금리가 오르면 달러화가 오르는 흐름이 뚜렷했으나 트럼프 집권 이후로 이런 흐름은 더는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감세 정책과 관세정책이 재정 우려를 키움에 따라 국채 금리가 뛰고, 달러화는 약세, 미증시는 동반 강세를 보이는 '트리플 약세'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세 휴전 소식에 다소 회복됐던 미국 금융시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대해 고율관세 부과를 위협하면서 달러화가 재차 약세 흐름을 보였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무역에서 미국을 이용하려는 주목적으로 설립된 EU와 거래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면서 오는 6월 1일부터 50% 관세 부과를 권고한다고 썼다.

다만 트럼프는 주말 사이 강경했던 태도를 완화해 50% 관세 부과를 7월 9일로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날 아시아 장에서 달러 인데스는 98선으로 떨어지며 달러-원의 추가 하락을 유도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감세안 하원 통과, G7 재무장관 회담 및 비트코인 가격 사상 최고치 랠리 등 각종 재료가 모두 달러 약세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미국 재정 우려에 따른 국채 금리 급등이 셀 USA 현상을 다시 자극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 대선과 추경 변수는 원화 강세 요인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 역시 원화 강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의 수위를 크게 누그러뜨리면서 우리나라 성장률에 미치는 충격은 다소 완화했다.

그럼에도 올해 0% 성장률에 대한 우려는 펀더멘털상 원화 강세를 점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2일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40bp 높인 1.1%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시장 컨센서스는 1.0% 수준이다.

미국의 침체 및 무역 혼란 위험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활동 지표들은 소비의 완만한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미중간의 서프라이즈 무역협상으로 인해 글로벌 교역에 미치는 역풍이 단기적으로 줄어들면서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달 초 전망에서 골드만삭스는 3개월 후 달러-원 전망치를 1,360원 6개월 후 전망치는 1,34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1년 후 전망치는 1,310원으로 제시했다.

BNP파리바 역시 대선을 원화 절상 요인으로 평가했다.

윤지호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23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후보가 대규모의 재정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정책 지원이 이뤄진다면 원화에 긍정적일 것이며 중기적 경기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막대한 추경과 내년 대규모 예산 편성은 금리 커브의 스티프닝과 원화 강세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대규모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줄이기 시작했다면서 이 역시 달러-원의 추세 하락을 압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말 달러-원 전망치를 1,320원으로 제시했지만, 더 빨리 해당 레벨에 도달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 서학개미 7개월 만에 美 주식 순매도

달러-원 환율이 내릴 때마다 걸림돌로 지적됐던 서학개미의 행보가 이달 들어 달라졌다.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미국 주식에 대한 순매도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올해 서학개미는 1월부터 4월까지 약 150억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미국 주식에 쏟아붓는 등 2023년 한 해 동안의 순매수를 넘어서는 규모로 매수에 나섰었다.

5월 들어서는 그러나 약 11억달러(약 1조5천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작년 10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상호관세를 7월까지 유예하기로 하면서 미국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서학개미가 차익실현에 나선 모습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을 순매도하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같은 모습이 지속될지 여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화 절상에 대한 미국의 요구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인 데다 딜러들 역시 대부분 달러-원이 빠지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속도가 어느 정도일지 각자 다르게 볼 뿐"이라고 말했다.

이 딜러는 "꽤 크게 오랫동안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1~3개월 안에 1,300원까지 내릴 가능성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달러-원 낙폭을 고려했을 때 추가 하락의 모멘텀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DB증권의 문홍철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은 미국의 압력도 있겠으나 수출과 성장 격차를 고려한 균형 수준으로 뒤늦게나마 수렴되는 중"이라면서 "1,350원 전후에서는 추가적인 하락 압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mjeong@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선미

정선미

돈 되는 경제 정보 더 보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