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독일주식 쇼핑하는 韓투자자…"내년에 1% 성장 가능"
독일주식 보관액, 2023년 8월 후 최대
독일 주가지수, 올 들어 20% 넘게 상승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독일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투자자의 독일주식 보관액이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독일 신정부가 국방과 인프라를 중심으로 대규모 재정지출을 계획하자 독일경제가 되살아난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시장에선 독일이 올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더라도 내년에는 1%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한국투자자가 보관 중인 독일주식은 2억1천541만 달러(약 3천억 원)다. 2023년 8월의 2억9천163만 달러 이후 가장 많다. 독일주식 투자는 2023년 상반기에 인기를 끌었다가 줄어든 바 있다. 2023년 9월부터 1억달러대 중반 수준이었던 월별 독일주식 보관 규모는 지난해 10월 저점(1억2천597만 달러) 이후 매달 늘어나는 추세다.
연합인포맥스 세계주가지수(화면번호 6511)에 따르면 독일 주가지수 DAX30 올해 들어 현재까지 21%가량 상승했다. 미국발(發) 관세전쟁으로 4월 초에 폭락했으나 빠르게 반등하며 랠리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27일에는 24,226.49로 장을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DAX30은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에서 가장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30종목을 묶은 지수다. SAP·지멘스·도이치텔레콤·알리안츠·에어버스 등이 시가총액 최상단에 자리한 지수로, 독일경제 상황을 보여준다.
자료:연합인포맥스
'유럽의 병자'라고 불리던 독일 경제가 심상치 않은 모양새다. 국방을 중심으로 한 재정지출 확대 계획이 경제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올해 새롭게 창출된 정권은 경기부양과 안보 강화를 목적으로 천문학적 액수의 인프라·국방 특별예산 합의안을 지난 3월 발표했다. 합의안대로 투자가 진행되면 앞으로 10년간 국방과 인프라 분야에서 1조 유로(약 1천555조 원))의 재정이 투입된다. 도이치방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역사적인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안정적인 물가상승률 속에서 이어지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증시에 유동성을 불어넣는 중이다.
지난달 독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안정적이며, 기대인플레이션도 낮아지는 흐름이다. 독일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발한 에너지 물가상승을 헤쳐나온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6월에 시작한 정책금리 인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1.75%포인트 인하가 단행됐는데,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독일 경제가 올해까지 3년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우려했다. 독일연방상공회의소(DIHK)는 올해 독일 경제성장률로 -0.3%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숫자는 기존 전망인 -0.5%보다 높은 수준으로, 경제전망이 보다 낙관적으로 변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연립정부의 재정부양책이 성공을 거두면 내년에는 1% 성장률이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아힘 트루거 뒤스브루크-에셋대학교 사회경제학과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독일 경제가 아직 코로나19 위기와 에너지 위기에서 회복되지 않아 위급한 상황"이라면서도 정부의 대규모 투자 패키지가 성공하면 긍정적 변화가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내년에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독일 경제가 1%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마틴 베르딩 루르대학교 공공재정학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베르딩 교수는 "정부가 국방에 많은 돈을 지출할 수 있다는 역량을 가졌다고 확실히 말했다"며 "이 지출이 제대로 이뤄지면 독일 경제가 한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끌어올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투자자는 유럽주식 투자가 가능한 일부 증권사 앱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서 독일에 투자하며 이익을 거두고 있다.
독일 시총의 약 75%를 커버하는 DAX지수를 추종하는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IWOOM 독일DAX' ETF는 올해 들어서만 20% 이상 상승했다. 독일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베어링자산운용의 독일펀드는 연초 이후 1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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