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0%대 성장 건설탓…재정·금리 통한 부양 어려운 문제"(종합)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피혜림 김지연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대로 낮게 예상한 것은 사실상 건설 경기가 크게 둔화한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이 총재는 과거의 과도한 자원 집중에 따른 건설경기의 둔화를 재정과 금리정책으로 부양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도 했다.
이 총재는 또 0%대의 성장에 대해선 과거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경기의 갑작스러운 둔화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2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입장을 전했다.
이 총재는 "최근 2년간 성장률 발목을 잡은 것은 건설투자"라면서 "올해 0.8% 성장한다고 했을 때 건설투자 기여도는 -0.9%포인트(p)"라면서 "건설투자가 0%라고 하면 올해 성장률이 1.7% 수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2월 전망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7%p 하향 조정한 이유 중에 0.5%p가 건설투자 영향이라고 이 총재는 부연했다.
그는 "건설투자 하나가 지금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 왜 이렇게 나쁜가를 보면 몇년간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과도하게 성장한 이후 건설경기 조정과정에서 많이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는 건설경기의 조정이 올해 하반기 정도에는 끝날 것으로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건설이 나쁘니까 재정과 이자율로 올리자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면서 "어려운 건설업계를 도와줘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이 경우 부동산을 조정하지 않고 또 가자는 의미니까 언젠가는 조정돼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견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굉장히 어려운 것이 경기를 부양하면서, 어느정도 할 것인지. 과거의 (과도한 부동산 부양)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어 "성장률이 1%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 0.8% 성장과 코로나 때(2020년) 마이너스 -0.7% 이후 큰 충격"이라면서도 "경제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2008년의 0.8%와 지금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만 해도 잠재성장률이 3%라 그 중심으로 경기가 변동했다"면서 "그 이후 고령화 등 구조적인 이유로 지금은 잠재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반면 수출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는 유지되면서 성장의 변동 폭은 거의 줄어들지 않고 있어서 역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기계적으로 커진다고 부연했다.
금융시장의 금리 수준 등을 볼 때 금융여건도 과거 위기 당시에 비해 지금이 훨씬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금리를 너무 빨리 낮춰서 유동성 공급하면 주택이나 자산 가격으로 흘러가서 코로나 때 했던 실수를 다시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금융위기 수준의 경제 성장률이라고 해서 통화정책도 그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운 여건이라는 견해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수출 경기의 경우 올해보다 내년이 더 나쁠 것으로 봤다.
그는 "관세 효과가 올해 하반기에 더 많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내년에 순수출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올해는 0%포인트겠지만, 내년에는 -0.3%포인트로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성장에 내수 기여도가 1.9%포인트인 반면 순수출기여도가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한편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0.8%, 내년은 1.6%로 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5.29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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