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건설을 '시멘트 덩어리'라고 치부하기엔
(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둔화의 원인은 건설이지만, 해법은 건설경기 부양이 아니다. 전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한국은행 당국자들의 한결같은 논리였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낮춰잡았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0.2%로 역성장하는 데 일조한 건설경기가 올해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한 탓이다.
한은은 2월 전망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7%포인트(p) 하향 조정한 이유 중에 0.5%p가 건설투자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설경기 부양은 해법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간담회에서 "경기 부진 때 당장 건설을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면서 "그런데 필요하지 않은 시멘트 덩어리나 공항 같은 것을 짓는 게 이후 우리나라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과연 시멘트 덩어리만 쌓아 올리는 게 건설일까.
건설이 단순히 아파트, 도로만 짓던 시절에서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 센터 등을 짓는 시대로 돌아섰다는 설명은 차치하더라도 건설이 가져다주는 성장이나 고용 유발 효과를 과도하게 무시하는 발언이 당국자 입에서 나왔다는 점이 다소 놀랍다.
올 초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산업의 생산유발계수는 2020년 기준 2.017로, 전 산업 평균(1.875)보다 10.5% 높은 수준이었다.
건설산업은 산출액 10억원당 고용 유발 인원이 10.8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조업 평균 고용 유발 인원 6.5명보다 1.7배 많은 것이다. 건설산업의 최종 수요가 증가하면 전체 산업의 고용과 생산 증가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크다는 의미다.
물론 한은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금리뿐이다.
그동안 금리 인하에 따른 과도한 유동성은 부동산, 특히 한국의 아파트 가격 쏠림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를 경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금리를 내린다고 유동성이 무조건 부동산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금리 인하기에도 경기가 부진하면 부동산 가격은 동반 하락한다. 바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경기침체가 그와 같은 양상을 보였다.
또 지난 20년간 정작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시기인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기준금리가 정권 초기에 4.25%에서 5.00%로 오름세를 보이던 때였다. 이는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금리 이외에도 대출 규제, 공급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정책이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는 쪽으로 작용할 정도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문제에 대해 새 정부와 서로 공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빅컷이 어렵다는 논리로 등장한 것이 '시멘트 덩어리', '부동산 가격 자극'이라는 발언이지만, 3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지방 미분양이 쌓여가는 시점에서 부동산으로 유동성이 유입될 것만을 과도하게 우려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과도한 경계는 오히려 왜곡과 편견을 가져온다. 이는 경제의 진짜 먹구름을 보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산업부 윤영숙 기자)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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