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기판 (Glass-core substrate)은 플라스틱 기판의 유기 소재 코어층 대신 유리 코어층을 채용한 기판이다. 유기 소재보다 더 딱딱해서 세밀한 회로 형성이 가능하고, 열과 휘어짐에 강해서 대면적화에 유리함과 동시에 더 얇게 채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전기신호 손실과 신호 전달 속도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으며, 전력 소비도 우수해 ‘꿈의 기판’이라 불리는 제품이다. 특히 인터포저 없이 MLCC 등 수동 소자를 유리에 내장시켜 제한된 표면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리 기판을 채용할 경우 실질적으로 반도체 미세공정을 두 세대 이상 앞당기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유리 특성상 외부의 강한 충격이나 누적 압력에 취약해 제조 시 수율을 높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으며, 수율이 낮기 때문에 판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AI의 확산으로 수요가 확대될 유리 기판
기존에는 오버 스펙으로 분류되었던 유리 기판이 최근 들어 주목받게 된 원인은 AI의 급격한 확산이다. 향후 AI의 데이터 처리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현재 추세라면 2030년부터 유기 소재 기판이 2.5D/3D 패키징을 통한 트랜지스터 수 확장세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AI 반도체용 칩은 면적이 크고, 미세 회로를 커버할 수 있는 고집적 패키지 기판이 필요하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AI용 반도체는 TSV 공정을 통한 CoWoS 방식으로 제조된다. TSMC의 2.5D 패키징 기술인 CoWoS는 HBM과 SoC 등 여러 종류의 반도체 칩을 실리콘 인터포저에 올린 다음 이를 FC-BGA에 붙이는 방식이다. TSMC는 애플의 모바일 AP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등을 모두 CoWoS 기술 적용해 생산하고 있다. CoWoS는 기존의 패키징 방식 대비 실장에 필요한 면적이 줄어들고, 칩 간 연결을 빠르게 할 수 있어 특히 HPC 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기술이다. 이처럼 장점이 큰 제조 기술이지만, 반도체 전공정에 준하는 공정을 요구하는 후공정이기 때문에 너무 비싸다는 단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리콘 인터포저 이후의 차세대 기판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이템이 유리 기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AI의 데이터 처리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텐데, 이를 감당하기 위해 반도체의 집적도가 계속해서 올라가게 되면 실리콘 인터포저에 GPU를 올리는 비용은 더욱 커지고, 수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리 기판을 적용할 경우 실리콘 인터포저를 생략할 수 있어 패키징 비용을 낮출 수 있고, 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텔에 따르면 유리 기판을 적용할 경우 2030년까지 단일 패키지 내에서 1조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양산을 위해 넘어야 할 장벽들이 산적해 있지만, HPC 업체들 (인텔, 엔비디아, AMD 등)은 이르면 2026년부터는 유리 기판을 채용할 것으로 전망되며, AI 가속기와 서버 CPU 등 하이엔드 제품에 선제적으로 탑재된 후 점차 채용 제품군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