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설을 제창한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 노벨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과학자 마리 퀴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 폴란드에는 인류사에 이름을 남긴 걸출한 인물이 많다. 그중 폴란드인의 문화적 자부심으로 통하는 이가 프레데리크 쇼팽이다.
낭만 음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그는 피아노 연주곡의 한 장르인 ‘녹턴(Nocturne)’을 풍성하게 꽃피웠다. 프랑스어로 밤을 뜻하는 녹턴은 밤의 상념을 담은 음악, 야상곡(夜想曲)이라고도 한다. 쇼팽은 느리게 흘러가는 선율 속에 슬픔을 새겨 넣은 녹턴 21곡을 남겼다.
39세의 이른 나이에 요절한 폴란드의 천재 작곡가 쇼팽은 비록 파리에서 음악적 꽃을 피웠으나 그의 영혼은 평생 조국 폴란드를 그리워했다. 그래서 그의 고향 바르샤바에는 공항 이름조차 ‘바르샤바 쇼팽 국제공항’일 정도로 쇼팽의 흔적이 차고 넘친다.
그의 심장이 묻힌 성십자가 성당, 그의 삶과 음악을 모아둔 쇼팽 박물관, 매주 일요일마다 쇼팽의 피아노곡이 연주되는 와지엔키 공원 등. 한국인 최초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하며 한층 친숙하게 느껴지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5년에 한 번씩 바르샤바에서 개최되며 그를 추모한다.
폴란드인의 쇼팽 사랑이 워낙 크다 보니 폴란드 어느 도시에서나 그의 연주곡을 들을 수 있는데, 크라쿠프에서는 쇼팽의 명곡을 특별하게 감상할 수 있다. 크라쿠프 구시가의 중심부 15세기 건축물 안에 자리한 쇼팽 갤러리(Chopin Gallery)에서 쇼팽 연주회가 열린다.
고풍스러운 건물 내부를 따라 자그마한 방에 들어서면, 그랜드피아노 한 대와 의자 80석이 전부인 콘서트홀이 모습을 드러낸다. 규모는 소박하지만, 감동의 무게만큼은 거대한 콘서트홀에서 감상하는 것 못지않다.
이곳에서는 일 년 내내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쇼팽의 가장 유명한 피아노 작품이 연주된다. 작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짧은 연주지만, 연주자의 손놀림도 보일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피아노 선율과 와인 한 잔이 어우러지는 밤은 꽤 낭만적이다.
수도 바르샤바가 폴란드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면, 크라쿠프는 폴란드가 겪어온 과거를 품고 있다. 찬란하게 빛나던 영광의 순간과 가눌 길 없는 고통으로 몸부림친 지난날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오늘날의 크라쿠프를 완성했으리라. 특별할 것 없이 잔잔한 사람들의 일상이, 그 평온함이 참 다행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