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는 스스로 멈추지 못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2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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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배경 위에서 로봇의 손과 사람의 손이 서로 손가락 끝을 맞닿으려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다.

지난달 기고문을 통해서 ‘주도주 쏠림 현상’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를 집중 조명했다. 실제로 최근 반도체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반도체는 이처럼 강세일까? AI 투자는 정말 지속 가능한 것일까?

AI 투자는 왜 스스로 멈추지 못하는가

빅테크들은 막대한 적자 우려에도 불구하고 왜 AI에 천문학적인 돈을 계속 쏟아붓는 걸까? 단순히 “AI가 좋아 보여서”라는 낙관 때문이라면, 금리가 오르거나 경기가 나빠지면 투자도 금세 줄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AI 투자는 다른 점이 있다.

보통의 기술과 AI는 성장 방식이 다르다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나오면 대개 ‘S자 곡선’을 그리며 성장한다. 처음엔 더디게 발전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폭발적으로 좋아지고, 결국엔 한계에 부딪혀 성장이 둔화된다. 자동차도,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이 길을 걸었다. 투입한 돈과 시간만큼 성과가 나오다가 결국 ‘더 투자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 수확 체감의 구간에 들어서는 것이다.

그런데 AI는 다르다. AI는 이 길을 따르지 않는다. AI는 ‘스케일링 법칙(Scaling Law)’이라는 전혀 다른 규칙을 따른다. ‘스케일링 법칙’이란 더 많은 반도체, 더 많은 데이터, 더 큰 모델을 투입할수록 성능이 꾸준히, 그리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좋아진다는 경험 법칙을 말한다.

다시 말해 반도체를 더 넣으면 성능이 멱함수를 따라 계속 좋아진다는 인과관계가 지금까지는 꽤 명확하게 확인되고 있다는 뜻이다. 보통 기술은 투자를 늘려도 성과가 둔화되는 지점이 오는데, AI는 아직 그 지점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어느 순간 갑자기 생기는 능력

여기에 더해 AI에는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있다. 바로 ‘갑자기 되는 능력(Emergent Abilities)’이다. 작은 모델에서는 전혀 불가능했던 일이, 모델 크기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키우는 순간 별다른 설계 없이도 갑자기 가능해지는 현상이다. 더 큰 모델을 만들었을 뿐인데, 다른 언어를 이해하고, 번역을 하고, 코드를 짜는 능력이 어느 순간 새로 생겨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아이가 자라는 과정과 비슷하다. 갓 태어난 아기는 단순한 반응만 할 수 있지만, 경험과 학습이 쌓이면 어느 날 갑자기 걷고, 말을 하기 시작한다. 누가 ‘걷기 위한 메커니즘’을 가르쳐서가 아니라, 아이들 뇌가 학습과 추론 과정을 거쳐 걷고 말하게 된다. AI도 마찬가지다. 일정 규모를 넘어서는 순간, 의도하지 않았던 능력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특징 때문에 빅테크 입장에서는 투자를 줄이는 것이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다음에 어떤 능력이 갑자기 생겨날지 모르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과 같아진다. 멈추는 순간 경쟁자가 그 능력을 먼저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는 ‘돈을 더 쓰는 것’이 ‘더 잘하는 것’보다 중요해졌다

'복잡한 전자 회로 기판 중앙에서 푸른빛을 내며 밝게 빛나는 AI 글자가 새겨진 큐브 모양의 칩'이다.

그렇다면 AI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개발자의 실력일까, 아니면 단순히 컴퓨터 자원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일까? 흥미롭게도 최상위 AI 모델로 갈수록 후자, 즉 ‘컴퓨트 확보(AI 투자)’가 점점 더 결정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성능 경쟁을 컴퓨트 확보가 60~70%, 개발자 역량이 30~40% 정도 좌우한다고 추정한다. 즉, 아이에게 걷고 말하는 법을 열심히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의 두뇌가 커지는 것이 더 중요한 변수라는 것이다.

이 말은 곧, AI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단순히 “더 많은 반도체와 전력을 빨리 확보하는 것”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빅테크들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더 많이 투입하면 더 좋아진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며 확인한 끝에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기순환형 투자라면 경기가 꺾이거나 비용이 늘어나면 줄어들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AI 투자는 그 성격이 훨씬 끈질기다. 성능이 계속 개선되는 한, 투자를 멈추는 쪽이 오히려 손해라는 계산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빅테크가 못 멈추는 네 가지 이유

이런 배경에서 지금의 반도체·AI 투자 흐름을 ‘AI CAPEX 자기강화 사이클’이라 부를 수 있다. 한번 시작된 투자가 스스로 몸집을 불려 가는 구조라는 뜻이다. 이 사이클이 굴러가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앞서 설명한 스케일링 법칙이다. 투자를 늘릴수록 성능이 좋아진다는 경험적 관계가 살아 있는 한, 투자를 줄일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둘째, AGI(범용 인공지능) 경쟁이다. AI가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는 한, 여기서 뒤처지면 검색·광고·클라우드 등 기존 사업 전체의 경쟁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셋째, 플랫폼을 먼저 차지하는 쪽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선점 효과’다. AI 플랫폼을 먼저 장악하면 클라우드, 기업용 소프트웨어, 반도체 수요까지 폭넓게 지배력을 가질 수 있다. 성공했을 때의 보상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단기 비용 부담만으로 투자를 멈추기가 쉽지 않다.

넷째, 매몰비용 효과다. 이미 투입한 돈이 천문학적인 규모이기 때문에 중간에 멈추면 그동안의 투자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그래서 빅테크들은 투자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더 큰 데이터센터와 더 많은 전력 확보 경쟁으로 나아가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현금이 줄어도 투자는 계속된다

실제로 빅테크들의 현금흐름을 보면, 투자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막대한 투자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올해 하반기 빅테크들의 잉여현금흐름은 거의 0에 가깝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의 기업이라면 현금흐름이 줄어드는 순간 투자를 줄이는 게 상식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네 가지 이유 때문에, 이번에는 그 상식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투하자본이익률(ROIC)이나 단기 수익성만으로는 지금의 AI 투자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정리하면, AI 투자가 쉽게 꺾이지 않는 이유는 막연한 기대감이 아니라 “투입하면 성능이 좋아진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고 있고, 그 성과가 언제 어떤 형태로 갑자기 튀어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빅테크 입장에서는 스스로 투자를 멈출 이유가 마땅치 않다.

다만 이것이 “AI 투자가 절대 멈추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빅테크가 멈추고 싶지 않아도, 이들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자와 채권자의 마음이 먼저 바뀔 수는 있다. 결국 이 거대한 투자 흐름이 흔들릴지 여부는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돈을 대주는 쪽’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때가 되면 과잉 추정된 반도체에 대한 실적 추정이 무너지며 급격한 조정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다만 지금 당장 걱정할 일은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

'기술의 진화 과정을 출현, 확산, 재구성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하는 S-Curve 형태의 그래프다.

'계산량 증가에 따른 지능의 발달을 사전 교육, 교육 후, 테스트 시간 세 가지로 표현'한 스케일링 법칙 그래프다.

※ 위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KB국민은행)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콘텐츠의 원문은 GOLD&WISE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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