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궁전은 도심 교통의 중심이자 널찍한 공원과 분수를 갖춘 통일광장(Piața Unirii)과 가깝다. 이곳의 밤은 낮보다 화려한데, 주말마다 음악과 조명이 어우러진 화려한 분수 쇼가 시선을 압도한다. 현재는 아쉽게도 공사가 진행 중이라 낭만적인 분위기를 기대하긴 힘들다.
통일광장 서쪽으로는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모방한 통일대로(Bulevardul Unirii)가 쭉 뻗어 있다. 대로를 따라 과거 공산당 간부들의 호화 거주지였던 아파트가 빼곡하고, 그 끝에 인민궁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단일 행정 건물로는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다.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북한의 주석궁에서 영감을 받아 세운 곳인데, 지하 3층, 지상 11층의 건물 내부에는 방이 1,100개가 넘는다. 이곳을 짓기 위해 시민의 주택을 강제로 철거하고, 인부 수만 명이 무보수로 5년 동안 공사에 투입됐으며, 지금의 가치로 환산하면 수조원에 달하는 건축 비용이 소요됐다.
그야말로 국민의 고혈로 지은 독재정권의 상징물인데, 현재는 국회의사당과 국제 행사장, 결혼식장 등으로 활용되며, 일부는 가이드와 함께 내부 관람을 할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했다.
부쿠레슈티에서 역사가 가장 깊은 거리이자 고급 쇼핑 지구인 칼레아 빅토리에이(Calea Victoriei)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근사한 건축 기행을 하는 듯하다. 구시가지에 가까워질수록 바로크부터 신고전주의, 아르누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축양식의 정교회와 수도원, 미술관과 박물관 등이 자리한다.
단연 눈에 띄는 건물은 루마니아 국립 역사박물관 맞은편에 자리한 CEC 궁전(Palatul CEC)이다. 루마니아 최초의 저축은행이었던 이 건물은 중앙의 커다란 유리 돔과 코린트식 기둥이 아치를 이룬 모습에서 고전적 격조가 넘쳐흐른다. 루마니아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는 1989년 12월 21일 민주혁명이 일어난 혁명광장, 피아차 레볼루치에이(Piața Revoluției)다.
시민의 격렬한 저항을 말해주듯 광장 주변 건물에는 아직도 탄흔이 남아 있다. 혁명광장에는 현재 국립미술관으로 사용되는 옛 왕궁과 붉은 벽돌로 지은 크레트줄레스쿠 정교회(Biserica Kretzulescu)가 자리하고, 건너편에는 권위 있는 콘서트 홀이자 루마니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본거지 아테네울(Ateneul)이 자태를 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