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오르고, 머무는 여행 돌로미티

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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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초원 위에 자리 잡은 성 마달레나 마을과 산타 마달레나 교회의 평화로운 풍경 뒤로 거대한 오들레 산맥의 암벽'이 웅장하게 솟아 있다.

그림 같은 풍광의 산타 막달레나 성당. 돌로 미티 하이킹의 주요 스폿 중 하나다.

걷기 좋은 계절이다. 빛깔 고운 꽃이 만발한 산길도 좋고,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길도 낭만적이다. 좀 더 특별한 여정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탈리아 북부의 돌로미티(Dolomiti)를 추천한다.

유럽의 하이킹 명소라 하면 대개 스위스를 먼저 떠올리지만, 돌로미티는 그에 못지않은 매력을 지닌 곳이다. 유럽의 지붕인 알프스산맥의 일부인 이 지역은 비교적 무른 석회암 지대다 보니 여타 알프스산들에 비해 해발 고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만큼 다른 지역에선 보기 힘든 기암괴석과 봉우리가 가득하다.

볼차노(Bolzano)와 오르티세이(Ortisei), 코르티나담페초(Cortina d’Ampezzo)를 잇는 광활한 산악지대로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해발 2,000m가 넘는 고산과 드넓은 초원, 그리고 아담한 마을이 어우러진 풍경은 왜 돌로미티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는지 납득하게 한다. 그 사이를 걷고, 오르고, 머물다 보면 어느새 이곳의 매력에 빠지고 만다.

'날카로운 칼날처럼 깎아지른 듯한 세체다 산의 거대한 절벽과 그 옆으로 펼쳐진 푸른 능선의 대조'가 구름 낀 하늘 아래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뾰족하게 솟은 거대한 바위 절벽과 푸른 초원이 대조를 이루는 세체다.

하늘과 맞닿은 길

'돌로미티 마을의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밀집'해 있으며, '붉은색 돔 형태의 종탑과 전통적인 알프스 양식의 지붕들'이 화려하고 따뜻한 마을 전경을 보여준다.

돌로미티 트레킹의 거점으로 꼽히는 오르티세이.

돌로미티로 향하는 길은 어렵지 않다. 이탈리아 베니스나 밀라노, 또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공항을 통해 갈 수 있다. 베니스나 인스브루크에서는 2시간 내외로 비교적 가까운 편이고, 밀라노에서는 4시간 내외 거리에 볼차노와 오르티세이가 위치한다.

여정의 시작은 단연 트레킹이다. 이곳에는 초보자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완만한 산책로부터 며칠에 걸쳐 산을 넘나드는 종주 코스까지, 다양한 길이 열려 있어 자신의 속도에 맞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하이킹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부드러운 능선에 비하면 다소 거친 고산 지형이지만 곤돌라와 케이블카, 리프트가 잘 갖춰져 누구라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특히 오르티세이는 돌로미티 트레킹의 거점으로 꼽힌다. 곳곳이 곤돌라와 케이블카가 연결되어 주요 명소로의 이동이 편리하다.

'노란색 세체다 케이블카가 푸른 숲과 광활한 산맥을 배경으로 가파른 경사를 오르내리며 돌로미티의 압도적인 고도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오르티세이에서 출발해 세체다 정상까지 오르는 케이블카.

해발 2,500m의 세체다(Seceda)도 이곳에서 케이블카나 곤돌라를 타고 정상까지 한 번에 오를 수 있다. 판과 판이 만나 한쪽이 치솟아 오른 신비한 모습의 세체다는 돌로미티의 대표 명소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옅게 깔린 구름 아래로 오르티세이 마을이 한눈에 담긴다. 칼날처럼 솟은 바위 절벽과 푸른 초원이 대조를 이루는 풍광은 몇 번이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한다.

전망대까지 오르면 탁 트인 시야에 360도 파노라마로 황홀한 풍광이 펼쳐진다. 산허리를 따라 이어진 길을 걷다 보면 거대한 쌍둥이 봉우리인 피에랄롱기아(Pieralongia)를 만나게 되고, 이어지는 초원길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천천히 걷다가 숨이 가빠질 즈음이면 산장 카페에 들러 쉴 수 있다.

카페에서 맛보는 커피 한 잔은 어떤 휴식보다 달콤하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곤돌라 탑승장이 있는 콜라이저 산장 호텔에 닿는다. 여기서 곤돌라를 타고 산 아래 마을 산타 크리스티나(Santa Cristina)까지 내려갈 수 있다.

세체다와 마찬가지로 오르티세이에서 곤돌라를 타고 오르는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는 ‘천상의 평원’으로 불린다. 해발 1,850m, 넓이 5,200만 m²인 이곳은 유럽 최대의 고원 목초지로 꼽힌다. 겨울에는 스키 마니아가 즐겨 찾는데, 봄과 여름에는 야생화가 만발해 초원을 따라 하이킹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짧게는 6.4km부터 길게는 32.3km 코스가 있어 거대한 평원을 가로지르며 돌로미티의 계절 풍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카레차 호수(Lago di Carezza)는 에메랄드 물빛과 라테마르(Latemar) 산맥이 어우러진 절경으로 유명한 고산 호수다. 해발 1,520m에 위치한 이곳은 계절에 따라 투명한 물빛이 바뀌는 모습이 인상적인 곳으로 ‘무지개 호수’라는 별칭도 있다. 규모가 크지 않아 가볍게 거닐며 거대한 산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카레자 호수 전망대에서 한 여행자가 모자를 쓰고 서서 거대한 라테마르 산맥의 암벽과 울창한 침엽수림을 감상'하고 있다.

관광객이 에메랄드 물빛의 카레차 호수를 감상하고 있다.

그림 같은 자연 속으로

'동굴 안쪽에서 밖을 내다본 시점으로, 돌로미티의 상징인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세 봉우리가 노을빛을 받아 신비롭고 웅장'하게 서 있다.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에서 유명한 동굴 사진 포인트. 암봉 3개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돌로미티의 또 다른 중심지 코르티나담페초는 ‘알프스의 진주’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휴양지다. 수직으로 솟은 바위산과 그 사이를 감싸는 초원, 그리고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이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한다. 마을은 크지 않지만, 어느 방향을 바라보든 그림 같은 모습이다. 지난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이 지역은 전 세계 여행자의 주목을 받았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는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다. 나란히 솟은 거대한 암봉 3개가 이 지역을 상징하는 대표 풍경으로 꼽힌다. 여기는 직접 차를 타고 아우론초 산장(Rifugio Auronzo) 앞 주차장까지 이동해서 걸어 올라야 한다. 성수기에 속하는 6월부터는 워낙 찾는 이가 많아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트레킹의 시작점인 아우론초 산장부터 웅장한 봉우리 3개를 볼 수 있는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li)까지는 편도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다행히 가는 길이 대부분 평지 코스라 걷는 데 큰 무리는 없다. 아침 햇살이 막 산등성이를 넘어오는 시간,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풍경은 천천히 변한다. 숲길을 지나면 시야가 트이며 거대한 암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숨이 가빠질 즈음 닿는 산장에서 머물며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는 여유도 이곳만의 묘미다. 산장 문화는 돌로미티 트레킹의 추억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로카텔리 산장 뒤편의 산은 동굴 사진 포인트. 화사한 빛이 들어오는 푸른 산을 배경으로 동굴 안에서 남긴 사진은 두고두고 이곳을 추억하게 한다.

또 다른 핵심 명소인 친퀘토리(Cinque Torri)는 바위 5개가 툭 튀어나온 모습이 인상적이다. 해발 2,361m에 솟아오른 바위 5개에는 언젠가부터 ‘신의 조각품’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곳도 곤돌라를 타고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제1차 세계 대전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야외 박물관으로 전쟁 당시 참호와 벙커, 막사를 체험하도록 복원해 놓았다.

막사 내부에서는 전쟁의 참혹함이 담긴 사진 기록과 현장을 재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마음으로나마 빌어 보았다. 친퀘토리는 암벽 등반가에게도 인기 있는 곳이다. 실제로 봉우리마다 암벽을 오르는 사람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구름이 내려앉은 거대한 암벽 산 아래로 고즈넉한 목조 가옥들과 완만하게 굽은 산책로가 어우러져 평화로운 산악 마을의 일상'을 보여준다.

'알프스의 진주'로 불리는 코르티나밤페초.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이 이국적이다.

오래오래 머물고 싶은 곳

'초록색 언덕 위로 독특한 모양의 거대 기암괴석들이 솟아 있는 친퀘 토리의 풍경이며, 좁은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의 규모를 짐작게 한다.

트레킹과 함벽등반을 경험할 수 있는 친퀘토리. 제1차 세계대전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야외 박물관도 자리한다.

돌로미티에서 좀 더 여유로운 여행을 원한다면 캠퍼밴을 이용한 로드트립도 추천할 만하다. 산과 산 사이를 잇는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영화 속 장면 같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마음에 드는 곳에 차를 세우고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추억이 된다.

오랜 시간 머물기 좋은 영순위 스폿이 미수리나 호수(Lago di Misurina)다. 해발 1,754m에 위치한 천연 호수로, 흐르는 구름과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의 모습이 잔잔한 수면 위로 비춰 감동을 선사한다. 거울에 비춘 것처럼 맑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근심 걱정이 차분하게 녹아 흐르는 듯하다.

맑은 공기와 고요한 분위기 덕에 과거에는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는 요양소로도 활용되던 곳이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호숫가를 따라 걷거나, 여름철에는 페달 보트를 타고 물 위를 유영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된다.

현존하는 이탈리아의 전설적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는 “돌로미티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예술 작품)이다(Dolomites are the Most Beautiful Architectural Work in the World)”라고 말했다. 산악인이 아니어도 이곳을 직접 걸어 본 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이다.

돌로미티에서는 걷고, 오르고, 머무르는 모든 순간이 멋진 예술 작품을 만난 듯 황홀한 여정이 된다. 기회가 된다면 일주일 혹은 한 달 살기 여행으로 꼭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잔잔한 미수리나 호수 위에 나무 보트들이 나란히 정박해 있으며, 맑은 호수면 위로 웅장한 소라피스 산맥과 주변 건물들이 거울처럼 반사'되어 있다.

맑은 공기와 고요한 분위기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좋은 미수리나 호수.

이 콘텐츠의 원문은 GOLD&WISE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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