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장서 살아남으려면 …"기술株보다 금융·고배당株 주목"

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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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에 5억 묻어둔 은퇴자
포트폴리오 재정비 필요
시장금리 변동 가능성 커
장기채 비중 점진적 확대
주식시장 저가매수 위해
현금자산 일정비율 유지

은퇴자 K씨는 스스로 투자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특히 보유 자금 중 목적에 따른 배분이 필요하다는 점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자녀가 결혼을 하게 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 쓸 요량으로 안정적인 확정 정기예금에 투자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나머지 자금은 미국 성장주 펀드, 글로벌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국내 주식형 펀드 등에 분산 투자해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8월 들어 주가가 폭락하는 '블랙 먼데이'를 경험하면서 K씨의 투자 철학에도 변화가 생겼다. 다행히 시장이 일단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다시 그날의 공포감을 느끼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좀 더 안정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싶다고 생각한 K씨는 '지갑을 불려드립니다'에 자문을 요청해왔다.

지난달 미국 고용지표 발표 후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여러 요인들을 살펴보면 우선 경기 침체 우려가 놓여 있다. 물가지수는 예상대로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지난달 제조업지수 부진에 이어 실업률이 예상치를 웃돌며 경기 침체 기준선에 근접했다. 고용시장의 빠른 냉각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또 미국 빅테크 과열 양상도 시장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빅테크 기업의 올해 2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후 인공지능(AI) 수익화 지연에 따른 버블 우려가 커지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 조정 폭이 확대됐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7월 31일 일본은행(BOJ)은 기준금리를 0.15%포인트 인상하고, 국채 매입 규모는 축소하는 양적 긴축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160엔을 웃돌던 엔·달러 환율이 140엔대 초반 수준까지 빠르게 하락하면서 엔화가 전례 없는 초강세를 나타냈다. 이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이어지며 시장의 유동성과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동 이슈도 살펴봐야 한다. 이란에서 하마스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가 피살당하며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됐다.

이 때문에 현시점에서 자산별 투자 전략을 어떻게 짜는지가 중요해졌다.

현재 시장이 경기 침체 우려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데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유동성 위축, 올 하반기 미국 대선이라는 정치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만큼 주식 포트폴리오를 분산시켜야 한다.

시장금리 하락과 정책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금융과 헬스케어, 고배당 테마 활용을 제안한다. 시장금리 하락 환경은 신약 개발과 인수·합병(M&A) 등을 위한 대규모 자금 마련을 용이하게 한다. 금융업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차입비용 감소와 대출 수요 증가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규제 완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대감이 늘고 있다.

한국도 금융과 헬스케어 업종에 병행 투자하는 것이 좋다. 금융업의 경우 양호한 수급을 바탕으로 지난해 이후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 금융주의 경우 높은 배당을 바탕으로 방어주 성격도 갖고 있고 정부가 시행하는 밸류업 정책에도 가장 잘 부합하는 분야다.

채권 투자를 둘러싼 환경도 살펴봐야 한다. 올해 말 국채 금리는 10년물 기준으로 한국과 미국이 각각 3%대, 4%대 초반 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과도한 시장금리 낙폭 시기에 보유 국채 중 일부를 현금화해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도 합리적으로 보인다.

K씨의 경우 포트폴리오에 채권 자산이 있었다면 최근과 같이 주식 급락장에서 채권 자산에서의 이익으로 인해 보다 나은 안정감을 느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자산의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금리 인하 기대가 국채 가격에 빠르게 반영됐지만 올 하반기 미국 대선 불확실성, 재정 이슈, 지정학적 리스크, 투기적 매도 수요 등이 시장금리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금리 하락 시 채권을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금리 반등 시 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하기를 권한다.

효율적인 유동성 보유 전략도 필요하다. 주가 급락은 저가 매수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문제는 그 시점에 바로 가용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다. 그래서 항상 포트폴리오의 일정 부분은 유동성 자산 비중을 유지할 것을 추천한다. 현재 보유 중인 정기예금은 확정 금리의 장점은 있지만, 중도 해지 시 금리 손실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군이 있어 소개한다.

우선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파킹통장이 있다. 대기성 자금을 보유하다가 적절한 시기에 투자 상품으로 이동하는 방법으로 활용하면 된다.

초단기채 펀드도 있다. 추가적인 금리 상승이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 정기예금 이상 수준의 비교적 높은 이자 수익 추구가 가능한 상품으로 중도 상환 수수료가 없이 투자할 수 있다. 일반적인 채권형 펀드(신청일+2일 환매)와 달리 익일 출금이 가능한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공모주 청약 후 상장 당일 전량 매도 원칙' 상품 등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자산배분형 펀드 및 ETF는 금융 시장 상황에 맞는 대응을 직접 하는 것에 자신이 없다면 추천한다. 아예 자산배분이 돼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콘텐츠는 '매일경제'에 등재된 기고글입니다.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임은순

KB GOLD&WISE the FIRST 센터

KB의 최연소 PB로 시작해 현재는 최장수 PB로, 고객의 자산관리 로드맵을 설계합니다.

임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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