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 K씨는 스스로 투자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특히 보유 자금 중 목적에 따른 배분이 필요하다는 점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자녀가 결혼을 하게 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 쓸 요량으로 안정적인 확정 정기예금에 투자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나머지 자금은 미국 성장주 펀드, 글로벌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국내 주식형 펀드 등에 분산 투자해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8월 들어 주가가 폭락하는 '블랙 먼데이'를 경험하면서 K씨의 투자 철학에도 변화가 생겼다. 다행히 시장이 일단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다시 그날의 공포감을 느끼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좀 더 안정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싶다고 생각한 K씨는 '지갑을 불려드립니다'에 자문을 요청해왔다.
지난달 미국 고용지표 발표 후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여러 요인들을 살펴보면 우선 경기 침체 우려가 놓여 있다. 물가지수는 예상대로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지난달 제조업지수 부진에 이어 실업률이 예상치를 웃돌며 경기 침체 기준선에 근접했다. 고용시장의 빠른 냉각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또 미국 빅테크 과열 양상도 시장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빅테크 기업의 올해 2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후 인공지능(AI) 수익화 지연에 따른 버블 우려가 커지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 조정 폭이 확대됐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7월 31일 일본은행(BOJ)은 기준금리를 0.15%포인트 인상하고, 국채 매입 규모는 축소하는 양적 긴축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160엔을 웃돌던 엔·달러 환율이 140엔대 초반 수준까지 빠르게 하락하면서 엔화가 전례 없는 초강세를 나타냈다. 이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이어지며 시장의 유동성과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동 이슈도 살펴봐야 한다. 이란에서 하마스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가 피살당하며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