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 증가’ 그래도 채권을 매수해야 하는 시기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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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숫자를 가득 담은 표위에 안경, 계산기 그리고 'BOND'라고 쓰여있는 나무 블록이 위치해있다.

지난 4월 16일 장중 한때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했다. 7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갈아 치우는 모습이었다. 1990년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환율이 1,400원대에 도달한 시기는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기 3차례뿐이었다.

강한 미국 경제와 달러 강세, 그리고 이스라엘-이란 사태로 인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서 원화 약세로 이어졌다(4월 19일 현재 장중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82원대를 기록 중).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4월 15일에는 5개월 만에 106대로 올랐다.

미국의 3월 소매 판매 증가율이 0.75%로 시장 전망치 0.3%를 두 배 이상 웃도는 등 미국 경제가 강한 상태임이 재확인 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중앙 은행의 금리 인하 횟수 전망도 3회에서, 지금은 1~2회로 낮아지면서 달러화가 강해 지는 모습이다.

달러화 강세는 전세계적 현상이지만 지난 4월 셋째주에는 원화 약세가 유독 두드러졌다. 이는 이스라엘–이란 사태등 중동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 특성상 원유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아 중동사태가 확전으로 치달으면 환율 추가 상승과 경제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반영된 것이다.

물론 경상 수지 흑자, 외환 보유액, 단기 외채 규모 등 제반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 당국은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으며, 중동사태가 진정되면 원/달러 환율은 점차 안정화할 것이다.

가파른 원화 약세 배경

이처럼 최근에 나타난 가파른 원화 약세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있지만, 달러화 강세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 경제가 견고함 속에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 된지 오래지만 미국 경기는 침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긴축 영향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후폭풍을 겪는 중인데 미국만 예외다. 인플레이션은 둔화하고, 완전 고용 수준 속에 소비는 여전히 호조세를 띠고 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하면 경기침체가 발생하던 과거 사례와 경제 이론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경제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지표들이 '상향'하고 있는 모습을 차트로 표현하고 있다.

2022년 3월까지 제로(0~0.25%)이던 기준금리가 5.25~5.50%까지 올랐지만, 성장률은 꺾이지 않았다. 미국 2023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2%(연율 기준)에서 지난 4분기에 3.4%로 성장했다. 고강도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GDP Now’의 미국 1분기 성장률(4월 25일 발표 예정) 추정치는 2.8%로,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4월 16일 발표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정 경제 전망에서 2024년 선진국의 성장률을 기존 1.5% 에서 1.7%로 상향 조정했다.

그런데, 미국의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2.7%로 상향 조정했을 뿐 다른 선진국은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미국만의 성장이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찍은 이후 올해 초 3%대로 내려왔다. 연준은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물가 둔화에 자신감을 드러냈으며, 이를 토대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올 3월에 발표한 고용지표와 물가가 예상보다 견고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3월 FOMC에서 연준이 연내 3차례 인하 전망을 유지하면서 시장은 6월에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4월 16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정책포럼에서 물가 둔화에 대해 “추가적인 진전은 없었다(Lack of Additional Progress)” 고 평가하고,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더 오랜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물가는 연초 이후 반등(3개월 이동평균의 연율 기준 3개월 연속 반등)하고 있으며, 경제도 견고한 모습이다. 사실상 파월 의장은 오는 6월 피벗(통화정책 전환)무산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이는 필요한 만큼 오랜 기간 고금리를 더 유지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 대선과 금리 인하 전망

따라서 6월에 인하를 시작해 연내 3차례 인하라는 전망과 달리, 최근에 나타난 미국의 더딘 물가둔화세와 견고한고용, 유가상승 등을 감안해 금리인하는 9월 부터 연내 2차례 정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9월 FOMC와 11월 FOMC 사이에 미국에서 대선을 치른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물론 정치 이벤트와 상관없이 연준은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 대선이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배제 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시점이 더 지연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도 물가 경로에 따라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공급발 충격이지만 과일 가격 상승으로 한국 소비자물가가 3%대로 다시 반등한 가운데, 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로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 되며 연내 인하 횟수도 기존 2차례에서 1차례로 축소 될 수 있다.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4분기로 지연될 때 고려할 이벤트는 미국 대선이다. 10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이후 11월 5일에는 미 대선이 열린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양자 대결이 확정된 가운데, 미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에 따라 원화의 변동성은 높아질 수 있다.

물가가 안정되면 SNB(스위스 국립은행)와 마찬가지로 통화 약세를 감내하면서 금리를 인하할 수 있지만, 원화 약세와 유가 상승으로 물가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 전개되면 미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연유로 한은은 대선 이벤트 확인 이후인 11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참고로 2023년 미국의 성장률이 1분기를 제외하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는 점에서 미국 성장률(4월 25일 발표 예정)이 다시 시장예상치를 웃돌면 미 국채금리는 더 상승할 수 있다. 더욱이 5월 FOMC(4월 30일~5월 1일), 4월 비농업 부문 고용 지표(5월 3일)에 대한 경계감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만, 미 국채금리가 상승할 때마다 채권을 매수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4월 18일 기준 미 국채 10년 금리는 4.7% 부근까지 상승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한 차례 인하를 반영한 가운데, 연내 인하가 없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반영된다면 추세적으로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미국과 한국 모두 연내 금리 인하 시나리오는 여전히 유효한 만큼 추가 금리 상승을 비중 확대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미 국채 10년 금리는 4.7%, 한국은 국고 3년 3.50%, 10년 3.65% 상회 시 분할 매수 전략을 유지한다.

미국과 한국 기준금리 추이

2022년 1월 부터 2024년 1월까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변화를 그래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자료: Bloomberg, KB증권

※ 위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임상국

KB증권 투자컨설팅부 부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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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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