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미국, 유로존, 영국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0.50%p씩 인상했다. 일본중앙은행은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사실상 긴축 기조로의 깜짝 전환을 발표했다.
통화정책 기조는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11월까지 4회 연속 기준금리를 0.75%p씩 인상하며 소위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던 연준(Fed)은 12월에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4.25~4.50%로 0.50%p 인상하며 속도 조절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전에 제시했던 전망과 비교하면 12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긴축 기조는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 연준 위원들이 예측한 점도표는 2023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0.5%p 높인 5.125%로, 2024년과 2025년 말 전망치는 각각 0.25%p씩 높인 4.125%, 3.125%로 제시되었다.
연준은 성명서와 파월 연준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아서 9월 FOMC 당시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한 긴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드러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다시 보여줬지만, 금융시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까지 발표된 소비자물가 지표를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자동차 가격 안정으로 공급망 충격이 크게 완화되었고, 휘발유 가격 역시 1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도 낮아졌다.
주거 관련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지만, 선행성을 가진 지표들이 빠르게 안정을 찾으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정점을 찍고 낮아지는 중이다.
다만,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하면 연준의 긴축 의지가 약해질 것이므로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는 금융시장의 인식이, 이제 “연준의 긴축 의지가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걱정으로 바뀌고 있다.
ECB(유럽중앙은행)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00%로 0.5%p 인상했지만, 통화정책 위원 중 3분의 1이 0.75%p 인상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여 ECB는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 시점을 2023년 3월로 앞당겼다.
ECB는 2022년 4분기와 2023년 1분기 유로존의 경기 침체를 전망하면서도 큰 침체는 아닐 것이라며, 통화 긴축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통화 긴축 정책이 금융환경을 위축시킨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통제가 우선이라는 의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한동안 기준금리를 0.50%p씩 올릴 것이고,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한긴 싸움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BOJ(일본중앙은행)는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했고, 수익률곡선 통제정책(YCC: Yield Curve Control) 대상인 국채10년의 목표금리도 0%로 유지했다. 그러나 국채 10년 금리의 변동폭 허용 범위를 기존 ±0.25%에서 ±0.50%로 확대하면서 사실상 예상보다 빠른 긴축 기조 전환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