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하 ‘엔/원 환율’)이 100엔당 860원을 하회하는 등 2008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하 ‘달러/엔 환율’)이 151.72엔까지 상승하면서 엔화 가치가 1990년 이후 최저치까지 하락한 영향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13.6% 절하되어 24개 주요 통화 중 꼴찌에서 두번째다. 최하위는 전년대비 60%가 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기준금리를 35.0%까지 인상하며 경제가 붕괴될 위험에 처한 튀르키에(구 터키) 리라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가능한 국가 중에서는 엔화가 최하위나 다름없다.
같은 기간 달러/원 환율은 4.5% 상승하면서, 엔화는 원화에 비해서도 10.4% 절하되었다. 저렴해진 일본으로 최근 여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달러와 비교한 통화가치만 하락한 것은 아니다. 일본의 교역국 비중과 물가를 반영한 통화의 실질가치, 즉 ‘실질실효환율’로 판단해도 일본 엔화 가치는 연초 이후 12.2% 하락하며 주요 28개 통화 중 압도적인 꼴찌다.
환율의 고평가/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또 하나의 기준은 현재의 실질실효환율이 장기균형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측정해보는 것인데, 이 기준으로도 엔화는 과거 5년과 10년 동안의 장기균형 대비 각각 19.3%, 22.7%가 저평가되어 모두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어떤 시기와 비교해도 지금의 엔화 가치 하락은 역대급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