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 향후 전망과 엔화 투자방법 3가지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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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하게 널부러져 있는 만엔권 위로 돋보기가 놓여져 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 33년 만에 최저

11월 중순,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하 ‘엔/원 환율’)이 100엔당 860원을 하회하는 등 2008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하 ‘달러/엔 환율’)이 151.72엔까지 상승하면서 엔화 가치가 1990년 이후 최저치까지 하락한 영향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13.6% 절하되어 24개 주요 통화 중 꼴찌에서 두번째다. 최하위는 전년대비 60%가 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기준금리를 35.0%까지 인상하며 경제가 붕괴될 위험에 처한 튀르키에(구 터키) 리라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가능한 국가 중에서는 엔화가 최하위나 다름없다.

 

같은 기간 달러/원 환율은 4.5% 상승하면서, 엔화는 원화에 비해서도 10.4% 절하되었다. 저렴해진 일본으로 최근 여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달러와 비교한 통화가치만 하락한 것은 아니다. 일본의 교역국 비중과 물가를 반영한 통화의 실질가치, 즉 ‘실질실효환율’로 판단해도 일본 엔화 가치는 연초 이후 12.2% 하락하며 주요 28개 통화 중 압도적인 꼴찌다.

 

환율의 고평가/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또 하나의 기준은 현재의 실질실효환율이 장기균형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측정해보는 것인데, 이 기준으로도 엔화는 과거 5년과 10년 동안의 장기균형 대비 각각 19.3%, 22.7%가 저평가되어 모두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어떤 시기와 비교해도 지금의 엔화 가치 하락은 역대급이라는 얘기다.

엔화가치 하락의 배경과 전망

이런 환경 하에서 최근 엔화에 투자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투자자가 크게 늘었다. 올해 달러/엔 환율 상승(엔화가치 하락)의 배경은 주로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별화에 따른 금리차이다.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2022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현재 5.25~5.50%까지 인상했고, 추가 인상 가능성도 논의되는 중이다. 반면 일본중앙은행(BOJ)은 양적질적완화와 수익률곡선 통제정책(YCC: Yield Curve Control)을 통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여전히 -0.1%로,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고수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이는 대폭 확대되었다. 미국과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의 차이는 2022년 초 1.50%p에서 지난 10월 말 4.15%p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결국 엔화가 강세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미일 양국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축소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일본의 3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0.5% 역성장하며 3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되었다. 일본의 경제성장 둔화 우려는 일본중앙은행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장기화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러나 최근 달러/엔 환율 상승이 150엔 수준에서 진정되는 등 변화의 조짐도 관찰되고 있다. 무엇보다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지고 있고, 2024년에는 통화긴축 기조 종료와 함께 2분기부터는 기준금리 인하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중앙은행은 2024년 2분기부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기준금리를 정상화(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 영향으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현재 150엔을 넘나들고 있는 달러/엔 환율이 2024년 2분기 중 140엔까지 하락하고, 2026년까지는 130엔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2024년 2분기부터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축소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엔화 가치는 강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전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엔화가 강세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그 속도는 상당히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격차가 워낙 큰데다, 일본은 극심한 디플레이션을 오랫동안 겪었던 경험으로 인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느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50%를 넘어, 금리가 높아지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일렬로 네 개의 전구가 나열되어있다. 두 번째 전구에 엔을 상징하는 기호(¥) 모양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다.

엔화에 투자하는 방법 3가지

엔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누리는 투자는 세 가지 정도를 고려해볼 수 있다.


첫째, 원화 대비 엔화 강세의 성과를 누릴 수 있는 국내상장 ETF인 TIGER엔선물(292560)을 활용할 수 있다. 연간 운용보수는 0.25%, 총자산(AUM)은 약 1,400억원 수준으로, 지난 2분기부터 잔고가 급증했다. 순수하게 엔화 강세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경험적으로 달러/엔 환율이 하락(엔화 강세)할 때는 달러/원 환율도 같이 하락(원화 강세)하는데, 현재 전망을 감안하면 100엔당 원화 환율은 2024년 2분기까지 907원, 2024년 평균은 920원까지 상승(엔화 강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약 5~7%의 환차익이 기대되는 셈이다.


둘째, 엔화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ETF를 활용하는 방법인데, 달러/엔 환율을 헤지하는 4가지 ETF가 있다. ①iShares Core US treasury 7-10y(1482 JP), ②Listed Index Fund US Bond(1487 JP), ③Next FUNDS Bloomberg US Treasury Bond(2648 JP) 등은 듀레이션이 7~10년인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ETF이다. ④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2621 JP)처럼 듀레이션이 20년 이상인 초장기채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추가로 배당금도 매 분기 수취할 수 있는데, 배당수익률은 1.6~2.6%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결국 이러한 ETF들은 1)원화보다 엔화 가치가 더 상승하고, 2)미국 국채금리가 하락(채권가격 상승)할 때 유리한 구조다. 다만,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이가 대폭 확대되어 있는 만큼, 달러/엔 환율 헤지 비용이 높아 장기투자에는 다소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셋째, 일본 주식 중에 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수출주 테마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경험적으로 엔화와 일본증시는 역의 상관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엔화 약세는 일본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다. 올해 역시 엔화 약세 힘입어 니케이225 지수는 연초 이후 약 28% 상승했다.

 

최근 기업이익 전망 상승세는 다소 정체되는 한편, 미·중 기술패권 전쟁 과정에서 일본의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강점을 보이는 기업들의 주가 흐름은 양호하다. 특히 AI(인공지능)와 사물인터넷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2030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은 1조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리콘 웨이퍼 등 반도체 소재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본 상장 반도체 ETF로는 Global X Japan Semiconductor(2644 JP) 등이 있고, 로보틱스 ETF로는 Global X Japan Robotics&AI(2638 JP)가 있다.

미 국채10년 금리와 달러/엔 환율 추이

미 국채 10년 금리와 달러/엔 환율의 추이를 나타낸 선 그래프. 18년부터 23년까지의 기간이 반영되어있다.

자료: Bloomberg, KB증권

엔/원 환율, 2008년 1월 이후 최저치

엔/원 환율의 추이를 나타내는 선 그래프. 06년부터 22년 너머의 기간이 반영되어있다.

자료: Bloomberg, KB증권

※ 위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

WM 투자전략본부장(CIO)로서 고객들의 자산관리와 투자전략에 대해 작성합니다.

신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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