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통화긴축이 꽤 높은 강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전 세계 많은 연구기관들이 전망했던 글로벌 경기침체의 조짐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연준의 통화긴축 강도가 경제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경제에서 통화긴축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 이유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고용시장이 탄탄하다. 부채가 많지 않은 고령자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자산가격 상승을 경험하면서 은퇴를 결심했고, 이민자의 유입이 많지 않아서 저임금/저숙련 일손은 계속 부족하다. 또한 팬데믹이 시대의 전환을 가속하면서 기술 기업들의 고숙련 노동자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그에 미치지 못했던 점도 고용시장을 탄탄하게 만든 이유다.
둘째, 미국 가계는 변동금리보다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비중이 높다. 미국 가계 대출의 70%를 차지하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가 대부분 장기 고정금리라서,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가계의 모기지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 역시 경제전반에 통화긴축 효과가 즉각 반영되지 않도록 만드는 원인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더 중요한 것은 팬데믹 기간 동안에 출범한 바이든 정부의 대외 정책 변화가, 그리고 팬데믹 기간 동안 나타난 기술의 변화가 중립금리 수준을 높였을 가능성이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뜨겁게도, 차갑게도 하지 않는 적절한 기준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만약 강력한 통화긴축의 영향으로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아졌다면 향후 경제는 위축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중립금리 자체가 한 단계 더 높아졌다면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적정한 중립금리 수준을 추정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참고로 중립금리는 2000년대 들어서 꾸준하게 낮아졌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세계대전 이후에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소비보다 저축을 늘렸고, 아시아의 제조업 수출국과 중동의 원유 수출국들은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면서 저축이 쌓였다.
소비나 투자를 위한 ‘자금 수요’보다 과잉저축에 의한 ‘자금 공급’이 많아지면서, 중립금리 수준이 낮아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