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뉴노멀, 성장주 투자에 유리한 환경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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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모습 뒤로 배경에는 'NEW NORMAL'이란 문구와 높은 건물들 여러 채가 이루고 있는 마천루가 있다. 또한 이미지 전면부에는 희미하게 두 개의 꺾은 선 그래프가 그려져있다.

강도높은 통화긴축에도 불구하고 나타나지 않는 경기침체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통화긴축이 꽤 높은 강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전 세계 많은 연구기관들이 전망했던 글로벌 경기침체의 조짐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연준의 통화긴축 강도가 경제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경제에서 통화긴축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 이유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고용시장이 탄탄하다. 부채가 많지 않은 고령자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자산가격 상승을 경험하면서 은퇴를 결심했고, 이민자의 유입이 많지 않아서 저임금/저숙련 일손은 계속 부족하다. 또한 팬데믹이 시대의 전환을 가속하면서 기술 기업들의 고숙련 노동자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그에 미치지 못했던 점도 고용시장을 탄탄하게 만든 이유다.

둘째, 미국 가계는 변동금리보다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비중이 높다. 미국 가계 대출의 70%를 차지하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가 대부분 장기 고정금리라서,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가계의 모기지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 역시 경제전반에 통화긴축 효과가 즉각 반영되지 않도록 만드는 원인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더 중요한 것은 팬데믹 기간 동안에 출범한 바이든 정부의 대외 정책 변화가, 그리고 팬데믹 기간 동안 나타난 기술의 변화가 중립금리 수준을 높였을 가능성이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뜨겁게도, 차갑게도 하지 않는 적절한 기준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만약 강력한 통화긴축의 영향으로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아졌다면 향후 경제는 위축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중립금리 자체가 한 단계 더 높아졌다면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적정한 중립금리 수준을 추정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참고로 중립금리는 2000년대 들어서 꾸준하게 낮아졌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세계대전 이후에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소비보다 저축을 늘렸고, 아시아의 제조업 수출국과 중동의 원유 수출국들은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면서 저축이 쌓였다.

 

소비나 투자를 위한 ‘자금 수요’보다 과잉저축에 의한 ‘자금 공급’이 많아지면서, 중립금리 수준이 낮아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높아진 중립금리에도 추가 통화긴축을 주저하는 중앙은행

그러나 팬데믹을 전후하여, 2000년대 이후 꾸준히 낮아지던 중립금리를 상승 반전시키는 요인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첫째, 미국 정부가 전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을 채택하면서 신규 투자가 증가했다. 인도와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미국 정부는 미국 내 투자를 늘리기 위해 투자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신규 투자가 늘어나면서 자금 수요가 늘어나게 됐는데, 이는 중립금리를 높이는 요소다.

 

둘째, 생산성이 높아졌거나 높아지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변화들이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 동안,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멀리 있는 사람과 만날 수 있는 화상회의 시스템이 낮은 가격으로 큰 거부감 없이 폭넓게 보급되었다. 더 많은 사람을 낮은 비용으로 만날 수 있는 기술 변화로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재택근무나 혼합근무가 확산되면서, 협업 툴 사용을 통한 생산성 향상도 나타났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면서 생산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경제 성장세가 강해지면서 중립금리가 높아지는 영향이 있다.

‘고금리/고물가/고성장’의 ‘2020년대 뉴노멀’ 환경이 장기화될 가능성

이처럼 만약 중립금리가 더 높아졌다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더 높아야 한다. 그러나 연준의 입장에서 내년 말 대선을 앞두고 고용시장을 흔들 정도의 통화긴축은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다. 6월 FOMC 의사록에 기록된 것처럼, 연준은 금융불안정을 걱정하고 있다. 이는 추가 긴축을 주저하게 만들 것이다.

 

미국의 대중 압박 전략이 미국이 집권당에 상관없이 장기화되면서 신규 투자는 가속되고, AI 기술 적용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점차 가시화되는 등 앞으로 중립금리를 더 높이는 요인들이 많아 보인다.

 

중립금리가 높아져서 통화긴축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한 편으로 추가 긴축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현재 강도의 통화긴축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추가 긴축이 필요하지만 주저하면서, ‘고금리/고물가/고성장’의 ‘2020년대 뉴노멀’ 환경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서 장기금리 변동 범위는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는 환경이다. 반면 추가 긴축 강도가 강하지 않다면 성장주에게 부담스럽지 않고, 통화긴축 효과가 더디게 나온다면 경기민감주와 중소형주에게 좋은 환경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수익 창출법을 보여주고 있는 기업들

대형 성장주 주가는 올해 상반기에 가파르게 상승했다. 경기국면상 기업 펀더멘털이 탄탄한 성장주의 성과가 좋은 경기수축기이기도 했고, AI 시장 확장 기대가 2분기 중반부터 대형 성장주의 주가를 더욱 끌어 올리기도 했다.

 

과열 우려 속에 대형 성장주의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식들이 간간히 있었지만 눈높이가 높아진 데에 따른 실망 매물이 나왔을 뿐, 하락 추세로의 전환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통화긴축에 의한 금리상승, 경기침체 전망 등 그동안 거시적인 측면에서 성장주를 괴롭혔던 요인들보다 기업의 수익 창출력과 성장성 등 Bottom-up 측면에서 성장주를 끌어 올릴 요인들에 시장은 더 주목하게 될 것이다. 대형성장주의 투자에 여전히 유리한 환경이다.

 

‘기업들이 언제부터 AI 기술을 활용해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인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세일즈포스의 사례는 AI 기술을 활용한 수익 창출 기대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연례 파트너사 컨퍼런스인 ‘인스파이어 2023’에서 MS는 AI 기능을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 365(MS 365, MS 오피스 소프트웨어) 기업 버전의 1인당 월간 과금액을 30달러로 책정하여 발표했다.

 

AI 기능을 탑재한 MS 365인 ‘MS 365 코파일럿’은 AI 기술을 이용해서 사용자의 간단한 요청만으로 MS워드 문서를 MS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으로 전환해주거나, MS아웃룩에서 이메일을 요약하고, MS엑셀 스프레드시트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분석 작업을 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1인당 30달러로 책정된 ‘MS 365 코파일럿’은 MS가 현재 제공하는 생산성 소프트웨어 중에 가장 낮은 버전의 2배 가격이다. 그리고 ChatGPT를 적용한 챗봇인 ‘Bing Chat’을 기업용으로 따로 만들어서 ‘Bing Chat 엔터프라이즈’로 공개했다.

 

ChatGPT를 통해 검색을 하면 기업의 예민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으나, ‘Bing Chat 엔터프라이즈’를 사용하면 검색 문의와 결과 모두 기록에 남지 않아서, 기업이 보안을 유지하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MS의 설명이다.

 

MS 엔터프라이즈와 비즈니스 고객은 별도 비용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Bing Chat 엔터프라이즈’만 별도로 구독하면 월간 5달러를 내야 한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 MS와 경쟁하고 있는 세일즈포스 역시 8월부터 가격을 약 9%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7년 만에 가격을 올릴 수 있게 된 계기는 생성형AI 기능을 탑재했기 때문인데, AI 기능을 탑재해서 직원들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면, 임금이 많이 오른 지금 환경이 기술 기업들에게는 AI 기능에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있는 이미지. 핸드폰에서 나오는 불빛 위로 마인드맵 형태로 여러 줄기가 뻗어있다. 가장 가운데에는 AI란 글자가 쓰여있고, 마인드맵 각각의 줄기 끝에는 가지각색의 아이콘들이 그려져있다.

※ 위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

WM 투자전략본부장(CIO)로서 고객들의 자산관리와 투자전략에 대해 작성합니다.

신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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