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ry
팹리스로 불리는 설계 전문업체가 상품을 주문하면서 넘겨준 설계 도면대로 웨이퍼를 가공해 반도체 칩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사업. 설계 기술 없이 가공기술만 확보하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팹리스로 부터 설계도면을 받아 생산하므로 "수탁가공사업"이라고도 한다.
종류가 다양하고 생산원가가 비싼 반도체 특성상 설계와 생산을 동시에 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대만계 미국인인 모리스 창이 1987년 최초의 파운드리 TSMC를 설립했다. 파운드리는 여러 회사에서 위탁받은 반도체를 대량 생산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칩 설계에서 제조까지 모두 하는 곳은 종합반도체업체(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라고 부른다.
2021년 3월 현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으며 주요 고객은 엔비디아, 퀄컴 같은 미국 팹리스와 구글, 아마존 등의 정보통신 기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021년 3월 24일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이 200억 달러(한화 22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곳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신설한다고 밝히면서 세계 시장의 격변을 예고했다. 인텔은 지난 2016년에도 ARM 기반의 칩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사업에 나섰다가 2018년 중단했다. 그러나 파운드리 사업의 가치가 2025년까지 1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시장 재진입을 선언한 것이다.
2021년 들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기업도 자체 칩 개발에 뛰어들면서 파운드리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애플은 2021년 3월 10일 독일 뮌헨 연구개발(R&D)센터에 10억유로(약 1조35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설계·개발의 거점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인텔에 의존해온 서버와 PC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자체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반도체산업은 IDM(종합반도체기업)이 주름잡았다. 전자 플랫폼이 PC 위주였기 때문에 CPU를 중심으로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모두 내재화한 기업으로 생태계가 짜였지만 최근에는 팹리스, 파운드리, 후공정 등으로 분업화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의 등장으로 반도체의 쓰임새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활용도가 늘면서 파운드리 수요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파운드리 시장이 수요에서 공급 중심으로 ‘갑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패권전쟁' 방아쇠 당긴 美…'총수 부재' 삼성 초비상
각국이 반도체 확보에 사활을 거는 데는 안보 이슈가 맞물려 있다. 반도체가 첨단무기를 가동하는 데 필수 부품이 되면서 ‘전략자산’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세대 전투기 기술의 핵심인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 배열(AESA) 레이더가 대표 사례다. 적군의 레이더에 아군 비행물체가 감지되지 않으면서도 숨어 있는 적군을 찾아내는 데 이 기술이 활용된다. 여기에 쓰이는 반도체 소자를 먼저 개발한 미국은 우방국에도 기술이전을 꺼린다. 한국도 AESA 레이더를 장착한 KF-X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기술 이전을 받으려 했지만 미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자체 설계했다. 양지원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율주행군용차, 최첨단 드론 등 미래 병기에 모두 반도체가 사용된다”며 “반도체는 ‘산업의 쌀’인 동시에 ‘국가안보의 쌀’”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에서도 반도체를 자국 내에서 제조하려는 움직임이 고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럽은 10% 미만인 반도체 역내 생산 비중을 30%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이라며 “앞으로 국가 차원에서 파운드리산업에 투자하거나 해외 공장을 유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