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며 추진한 사업. 인증 건축물은 기존 설계기준을 만족한 건축물보다 에너지 성능이 뛰어나다.
정부는 ZEB 인증을 받은 건축물에 대해선 에너지효율등급에 따라 용적률과 높이를 11~15% 완화해주고, 건축물·주택 취득세도 15% 감면해준다.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1++ 이상, 신재생에너지 비율 20% 이상 등의 조건을 만족하면 인센티브를 받는다. 이에 따라 ZEB 인증 수요는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2020년부터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을 통해 연면적 1000㎡ 이상인 모든 공공 건축물에 ZEB 인증을 의무화했다. 2030년부터는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연면적 500㎡ 이상 모든 건축물에 ZEB 인증을 받도록 했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전체 신축 건물 중 ZEB 의무화 대상 건축물은 2030년 80%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증업무는 한국건물에너지기술원, 한국생산성본부인증원, 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 한국환경건축연구원 등 4개 민간 기관이 독식하다시피 하며 연간 250억~300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얻었다.
문제는 ZEB 인증 업무가 소수 민간 기관에 집중돼 있는 데다 이 업무를 수행할 평가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2013~2021년 8년간 총 528명이 건축물에너지평가사 자격증 시험을 통과했다. 하지만 인증 기관에 소속된 20여 명의 평가사만 실제로 인증 업무를 하고 있다. 에너지공단이 평가사 업무 수행을 위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법정 실무교육을 2018년 단 한 차례만 했기 때문이다. 실무교육이 시행되지 않으면서 자격증을 딴 나머지 500여 명의 평가사는 인증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ZEB 인증을 받기 위해 신청 후 수개월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인증 독과점 깨야”
이는 ‘부실 인증’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준공 후 1년 이상 경과한 ZEB 인증 건축물 13곳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5곳은 인증 당시보다 ‘에너지 자립률’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 결과의 38.5%는 ‘엉터리’였다. 녹색건축물 우수 등급을 받은 공동주택과 아파트 단지 중에선 에너지소요량 측정 결과로 최하등급(E등급)을 받은 곳도 있었다. 이 의원은 “ZEB 인증을 받은 건축물에 대해 매년 실태 조사를 받도록 하고, 인증 기준에 맞게 유지·관리되지 않은 건축물은 소유자나 관리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업계는 ZEB 파행 운영을 막기 위해선 소수 민간 기관의 ‘인증 독과점’을 깨고 자격증을 보유한 평가사를 대상으로 법정 실무교육을 해 ZEB 인증에 투입될 수 있는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에너지업계 대표는 “ZEB 인증 제도가 탈원전 5년이 키운 신재생 카르텔의 돈벌이 사업으로 전락한 상황”이라며 “평가사 1인당 연간 인증 업무를 10~15개만 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