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암호화폐 버블의 붕괴(Popping the Crypto Bubble)

도서로 살펴보는 가상자산에 대한 다양한 시각
시리즈 총 7화
2023.02.15

읽는시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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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Introduction)

○ 암호화폐는 어려운 기술 용어를 사용하고 비주류 경제학 개념을 그럴듯하게 차용했지만, 실체는 대중들의 감정을 정교하게 이용한 사기에 가까움

 

  • 암호화폐는 현재의 권력 구조와 궤를 달리하는 새로운 형태의 화폐로써 경제, 기술, 정치, 법률, 윤리, 문화 등을 아우르는 21세기 가장 흥미롭고 파괴적인 기술로 등장

    -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중앙 권력 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암호화폐는 이에 대해 “중앙집중식 권력남용을 계속해서 방관할 것인가? 차라리 무정부주의가 낫지 않은가?”라는 극단적인 질문을 던지며 대중들의 호응을 얻음
 
  • 이 책에서는 암호화폐가 가진 기술적인 한계, 대중들이 가진 환상, 지난 시간 동안 이룬 결과 등을 살펴봄으로써 그 실체에 대해 다시 한번 들여다보려 함

    - 물론 기술적 완성도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를 수 있지만, 적어도 오늘날의 암호화폐는 여전히 기술적, 보안적, 경제적, 환경적 결점이 있음을 인지해야 함

◼ 암호화폐 문화(Cryptocurrency Culture)

○ 암호화폐 문화의 첫 번째 원칙은 기존의 권력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화폐를 재창조하는 것

 

  • 암호화폐 문화에는 ▲크립토아나키즘(Cryptoanarchism), ▲오스트리아 경제학파(Austrian Economics), ▲기술자유주의(Technolibertarianism)라는 세 가지 이데올로기적 움직임이 존재

[크립토아나키즘] 크립토아나키즘은 암호화폐를 사용하여 개인정보보호, 정치적 자유 그리고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가까움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되는 사회문제들을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자, 이를 국가 자체의 고유한 문제로 인식하면서 아나키즘이라 불리는 무정부주의가 등장

    - 특히 크립토아나키즘은 정부와 국가가 시민의 사생활 및 재정적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에 저항하며 완전한 자유를 주장

    ① 디지털 공간에서 개인의 완전한 익명성
    ② 검열이나 제한 없는 완전한 언론의 자유
    ③ 규제나 보호 없이 거래할 수 있는 완전한 자유
 
  • 국가의 핵심 기능은 소프트웨어로 대체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술적 우월성으로 국가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크립토아나키즘의 밑바탕

    - 크립토아나키즘은 국가의 완전한 파괴 대신에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소프트웨어로 관료주의를 해체하며 인터넷을 통해 더 나은 사회 건설을 주장

    - 이들에게 암호화 기술은 약자에게는 프라이버시를 제공하고 강자에게는 투명성을 강요하는 핵심적인 수단
 
  • 아니키즘 정치의 특징은 그들이 원하는 사회가 ‘실현 가능’을 넘어 ‘이미 실현된’ 것처럼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대중들의 참여를 독려하는데, 이는 사실 마케팅적인 장치에 불과

    - 민주주의에서는 집단적 권리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포기하도록 강제하게도 하지만, 크립토아나키즘에서는 기술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반드시 지킬 수 있다고 현혹

    -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현재 속한 집단으로부터의 자유’만을 의미하며, 결국은 크립토 세상이라는 또 다른 권력과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했을 뿐임

[오스트리아 경제학파] 오스트리아 경제학파는 극단적인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와 비개입적 정부 형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비주류 경제학파

 

  • 오스트리아 경제학파는 관찰 및 측정과 같은 경험적 틀에 기반하는 정통 경제학과 달리 순전히 연역적 추론으로 인간의 모든 경제 활동을 이론화

    - 오스트리아 경제학파는 경제 현상에 대한 분석 도구로써 수학을 사용하지 않고, 추상적인 추론과 언어적 논리를 사용하여 경제 현상과 인간의 행동에 관해 설명

    - 정부 역할론에도 차이를 보이는데 대부분의 경제학파는 경기 침체 시 정부의 개입은 필수라는 시각이지만, 오스트리아 경제학파는 이에 대해서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시각
 
  •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정치적 소명은 정부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 특히 국가가 마음대로 돈을 인쇄하지 못하도록 금본위제(gold standard)²와 같은 상품 기반 화폐 시스템을 주장하고 옹호

    - 하지만 금의 공급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금 보유액을 초과한 경제 성장은 경제 위축과 주기적인 디플레이션 압박을 유발할 수 있음

    -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기업 생산 위축 → 가계 명목임금 하락 → 가계 소비 침체→ 기업 이익 감소 → 생산성 하락으로 악순환이 이어짐
 
  • 비트코인과 오스트리아 경제학파는 매우 유사한 원칙과 이념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 옹호자들은 오스트리아 경제학파를 적극적으로 수용

    - 하지만 실제로는 단순히 암호화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그리고 투자에 대한 합리화를 충족시키기 위해 오스트리아 경제학파를 이용하는 것에 불과

² 고정 가격으로 돈을 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상품 기반 통화 체제

[기술자유주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가진 독특한 문화들은 기술 트렌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침

 

  • 해커 문화란, 시스템적인 제약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극복하는 것을 즐기는 개발자들의 문화(컴퓨터 범죄 행위자를 지칭하는 해커라는 용어와 달리 여기서는 긍정적 의미로 사용)

    - 해커 문화의 철학은 인터넷이 처음 개발될 당시부터 존재했었고, 그들의 핵심적 가치는 ▲공유, ▲개방성, ▲분권화, ▲자유로운 접근성, ▲사회 개선으로 정의할 수 있음

  • 해커 문화가 생겨남과 동시에 소프트웨어 소스를 무상으로 공개하고, 누구나 수정할 수 있으며 재배포도 가능한 오픈소스 운동이 활성화

    - 이 운동을 계기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이 대거 출시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1991년 리누스 토발즈가 개발한 ‘리눅스(Linux)’³ 라는 무료 운영체제(OS)

    - 여기에 더해 깃허브(GitHub)⁴ 와 같은 플랫폼에 프로그램 코드를 공유⁵ 하고, 전 세계 개발자가 참여하는 대규모의 오픈소스 프로젝트도 생겨나기 시작
 
  • 하지만 시대적 흐름에 따라 해커 문화의 주류였던 급진주의는 온건주의로, 반권위주의적 성향들은 시장순응적 사고방식으로 변화

    - 해커 문화의 반권위주의는 “어떠한 노력이나 시도를 해도 결과가 변하지 않는다”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으로 인해 사라졌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 라는 유토피아적 이상주의는 현실 세계에서 실없는 농담으로 전락
 
  • 개발자들은 그들이 꿈꿔왔던 모습과 다르게 변해버린 현실 세계에서, 이를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로 탈중앙화라는 기술자유주의 환상에 빠지게 됨

    - 자유지상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탈중앙화라는 개념을 앞세워 도피주의적 환상을 만들었으며, 진보적 포용 대신 소수의 특권층이 권력과 자본으로 이익을 취하는 이념으로 변모

³ 윈도우와 같은 컴퓨터 운영체제 중 하나로, 컴퓨터 역사상 가장 많은 참여자가 관여하고 있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도 리눅스 코드를 중심으로 개발한 것

⁴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저장하고, 수정하고, 공유하는 등 효율적인 관리를 도와주는 서비스

⁵ 무료 라이선스 지정 시

◼ 결론(Conclusion)

○ 크립토 시장은 분노와 희망, 두려움, 탐욕, 그리고 이상주의로 가득 찬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보이지만, 결국에는 아무것은 남지 않는 허무한 이야기에 불과

 

  • 크립토는 결코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 다양한 실험 중 하나에 불과하며, 금융의 ‘미래’라기 보다 오히려 포플리즘에 기반한 금융의 ‘과거’일 뿐

    -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아이디어 그 자체는 새로울 수 있지만, 인간의 내재된 욕망과 본성을 자극하는 메커니즘은 기존과 별반 차이가 없음

    - 수세기 동안 발생했던 사적 화폐 발행 및 투자에 대한 역사적 사건들은 다양한 결과와 교훈을 남겼고, 이들은 오늘날의 현행법으로 구체화되었음

    - 1800년대와 1920년대의 경제 위기 속 열풍과 공황 그리고 붕괴를 되새기면서 암호화폐가 이와 똑같은 비극으로 반복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함

    - 물론 기존 전통 금융시스템이 부유한 사람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이라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암호자산이 이에 대한 대안이 되기에는 오히려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음
 
  • 오늘날 우리는 암호화폐와 금융시장의 본질에 관한 중요한 선택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것

    - 혁신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오히려 진정한 혁신이 번창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포용적이며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이 필요함

    - 즉, 투자자들은 기업으로부터 공정하고 완전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며 사기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뜻

    - 하지만 크립토 시장은 기존 전통시장이 개선하고자 하는 방향과 완전히 반대로 나아가고 있으며, 더 많은 불투명성과 시스템 위험, 사기를 부추기고 있음
 
  • 기술이 주도하는 금권정치(plutocracy)⁶는 우리가 그렸던 미래가 아니며, 암호화폐는 그저 일시적인 유행에 불과한 밈(Meme)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될 수 없을 것

⁶ 경제력이 있는 소수의 부유한 계층이 지배하는 정치

※도서 선정과 관련해서 이해 관계자로부터 특정 대가를 받았거나 홍보 목적으로 작성된 보고서가 아님을 밝힙니다.

권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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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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