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vs BMW vs 아우디, 준대형 전기 SUV의 왕좌는 누가 차지?

세계 3대 구경거리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예로부터 불구경, 물구경, 싸움 구경을 3대 구경거리라 불렀습니다. 자동차 분야에도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있습니다. 독일 고급 브랜드 3사(이하 독3사)의 경쟁도 그중 하나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세 브랜드는 오래전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습니다. 고급 브랜드인 만큼 자존심과 명성이 걸린 문제라서 결과에 늘 관심이 쏠리죠.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자동차 시장의 경쟁 양상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구조가 간단하고 부품이 적어서 제조가 용이해 선두 업체와 후발 업체의 격차가 얼마든지 줄어들 여지가 있죠.

전통적인 강자가 꼭 유리한 상황이 아니란 겁니다. 독3사의 경쟁도 전기차 분야에서는 더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만큼 경쟁 구경도 흥미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독3사는 비어 있는 전기차 라인업을 차곡차곡 채워가는 중입니다. 경쟁 구도를 이루는 세그먼트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죠.

최근에 경쟁 구도를 이룬 분야는 준대형 SUV입니다. 벤츠 EQE SUV, BMW iX, 아우디 Q8 e-트론이 경쟁하죠. Q8 e-트론은 2019년부터 e-트론이라는 이름으로 생산되었고, BMW iX는 2021년에 양산 모델이 출시되었죠. EQE SUV는 2022년 10월 공개되었고, 일부 지역에서 판매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iX와 e-트론은 국내에서 판매 중이고, e-트론의 부분 변경 모델인 Q8 e-트론과 EQE SUV는 올해 들어올 예정입니다. 이들 세 차종은 브랜드 SUV 라인업의 핵심을 이루는 모델이어서 더 큰 관심의 대상이죠. 그럼 독3사의 주요 모델인 준대형 전기 SUV의 경쟁 관계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EQE SUV와 Q8 e-트론이 국내 출시 전이라 대부분의 제원은 유럽 기준으로 비교했습니다. 

전기차라고 해서 세 차종 모두 유별나게 특별하지는 않고 SUV의 기본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모델처럼 그릴을 갖춰서 정체성을 강조하죠. 그릴이 막힌 점이 그나마 다른 점입니다. 

브랜드 내 타 모델과의 연관성에서는 차이가 좀 납니다. Q8 e-트론은 내연기관 모델과 비슷하고, iX는 i7이나 X7 같은 일부 최신 모델과 닮았습니다. EQE SUV는 내연기관 모델과는 구분되지만 전기차인 EQ 모델과 통일된 모습을 보이죠. 세 차종 모두 전기차라고 해서 파격적으로 차별화하기보다는 정체성의 테두리 안에서 브랜드의 동질성을 강조합니다.    

세 차종은 준대형급으로 분류하는데 길이는 차이가 좀 납니다. iX와 Q8 e-트론의 길이는 4,953mm와 4,915mm로 비슷하지만, EQE SUV는 4,863mm로 짧은 편입니다. 길이만 따지면 하나 아랫급으로 볼 만하지만 휠베이스에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3,030mm, 3,000mm, 2,928mm로 EQE SUV, iX, Q8 e-트론 순이죠. EQE SUV가 길이는 가장 짧지만 휠베이스를 길게 확보해 실내 크기에서 차급이 맞아떨어집니다. 너비와 높이는 EQE SUV, iX, Q8 e-트론이 각각 1,940/1,967/1,937mm, 1,686/1,695/1,633mm로 대체로 비슷합니다.   

세 차종은 2열까지만 있는 5인승으로만 나옵니다. SUV의 공간 척도 중 하나인 트렁크 공간을 살펴볼까요? 트렁크의 기본 용량은 Q8 e-트론, EQE SUV, iX 순으로 569/520/500L 순입니다. iX가 길이는 가장 길지만 트렁크 용량은 세 번째입니다.

2열을 접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집니다. iX가 1,750L로 1,675L와 1,637L인 EQE SUV와 Q8 e-트론보다 큰 차이로 앞섭니다. 탑승 인원이 꽉 찼을 때는 Q8 e-트론, 2열을 접어서 활용할 때는 iX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독3사 모두 프리미엄 브랜드여서 고급성에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디자인의 특성이나 개성에 따른 취향이 우선하죠. EQE SUV는 대시보드 전체를 가득 메운 디스플레이가 특징입니다. 첨단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디스플레이 대형화 트렌드의 끝판왕이라는 인상을 주죠.

iX는 요소를 최소화해 단정한 느낌을 살렸습니다. 친환경 목재와 크리스털 같은 특별한 소재의 조화도 눈여겨볼 부분이죠. Q8 e-트론은 여러 요소를 간결하고 세련되게 조합하는 아우디 특유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내연기관 차와 다른 전기차만의 감성은 미래지향적인 이미지가 강한 EQE SUV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세 차종 일반 모델의 트림은 2~3개로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전기모터는 2개이고, 뒷바퀴굴림인 EQE 350+를 제외한 세 차종의 나머지 트림은 모두 네바퀴굴림입니다. 일반 트림 외에 AMG EQE 43/53 4매틱, iX M60, SQ8 e-트론 등 공통적으로 고성능 버전을 갖췄습니다. 출력과 토크로만 본다면 일반 트림의 성능은 제각각입니다.

EQE SUV의 출력(마력)과 토크(kg·m)는 350 4매틱 292/78.0, 500 4매틱 408/88.5, iX x드라이브40 326/64.2, x드라이브50 523/78.0, Q8 e-트론 50 콰트로 339/67.7, 55 콰트로 408/67.7입니다. iX x드라이브40과 Q8 e-트론 50 콰트로가 그나마 좀 비슷한 선에서 경쟁하죠. 

EQE SUV와 Q8 e-트론이 국내 출시 전이라 유럽 가격으로 비교해보겠습니다. 시작 가격은 EQE SUV 8만6,810유로(1억2,040만 원), iX 7만7,300유로(1억720만 원), Q8 e-트론 7만4,400유로(1억310만 원)입니다.

EQE SUV는 싱글모터 뒷바퀴굴림이 기본인데도 가격은 듀얼모터 네바퀴굴림인 다른 두 모델의 기본형보다 비쌉니다. 국내 가격은 iX가 1억2,260만~1억4,440만 원입니다. EQE SUV와 Q8 e-트론은 국내 출시 전이라 가격 정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Q8 e-트론의 부분 변경 전 모델인 e-트론의 가격은 9,722만~1억1,1650만 원인데 신모델이 나오면 오를 수도 있습니다. 

드러난 정보만 가지고는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지만, 각각의 차종이 전기차 시대에도 브랜드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높은 완성도를 지향하며 나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전기차라는 새로운 분야에서는 벤츠, BMW, 아우디의 삼각 경쟁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EQE SUV와 Q8 e-트론이 국내에 출시되어서 본격적으로 경쟁이 이뤄지면 우열이 드러나겠죠.

자동차 시장에서 손꼽는 구경거리인 독3사의 경쟁이 전기 SUV의 대결 구도를 형성해 더 흥미진진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