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절을 향한 찬사, 미셸 들라크루아

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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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미셸 들라크루아의 '파리 조감도' 그림이다.

‘파리 조감도(Paris, à vol d’oiseau)’, 2017. ©Michel Delacroix

<미드나잇 인 파리>는 장면마다 파리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영화다. 주인공 길 펜더는 파리에 여행을 갔다가 자정 무렵 길을 잃는다. 갑자기 나타난 택시에 얼떨결에 올라탄 펜더. 평소 소설가가 되고 싶어 한 그는 택시가 태워다준 곳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와 전설적인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만난다.

 

늘 꿈꿔온 1920년대의 파리로 시간 여행을 온 것이다. 펜더가 만나 사랑에 빠진 1920년대를 살아가는 아드리아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보다 앞선 1890년대의 파리를 동경한다.

염원하는 아름다운 시절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도, 영화나 책 속에서 보던 낯선 시대가 궁금한 사람도 있을 터. 1933년생으로, 올해 90세가 넘은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는 자신의 기억 속 가장 아름다운 시대를 화폭에 담아낸다.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의 사진이다.

차곡차곡 쌓인 인상의 결과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에게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는 어린 시절을 보낸 1930년대다. 파리에서 태어나 일생의 대부분을 한 도시에서 보낸 순수 파리지앵인 그는 1970년대에 지금의 화풍을 완성했고, 지금까지 50년 넘게 1930년대 파리의 풍경과 사람을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

 

들라크루아는 학생 시절, 파리 곳곳을 걸어 다녔다. 몽파르나스의 집에서 학교가 있던 노트르담 대성당까지 매일 걸으며 보고 느낀 감상과 인상을 차곡차곡 기록했고, 40대가 되어서야 캔버스에 옮겼다. “저는 과거의 파리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에요. 제 그림은 과거에 대한 사진이나 문서가 아닙니다. 인상에 대한 기록이죠. ‘인상주의자’처럼, ‘인상, 해돋이’처럼 그것은 파리에 대한 나의인상입니다.”

어두운 밤 붉게 빛나는 물랭루주, 달빛 아래 노트르담 대성당과 존재감을 뽐내는 에펠탑까지 파리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대표 명소가 들라크루아의 그림 속에 존재한다. 그의 작품은 파리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가보지 않은 이에게는 파리를 꿈꾸게 하는 힘이 있다.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의 '부드러운 산들바람' 그림이다.

‘부드러운 산들바람(Jolie brise)’, 2012. ©Michel Delacroix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의 '나비 채집' 그림이다.

‘나비 채집(La chasse aux papillons)’, 2015. ©Michel Delacroix

파리지앵이 그린 파리지앵

들라크루아의 그림에는 항상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어둠이 내려앉은 센 강변을 걷는 파리지앵, 마차를 끄는 마부, 비바람을 뚫고 자전거를 타는 배달부, 트리를 장식하는 사람 등 저마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또 ‘사랑’, ‘낭만’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답게 온통 새하얀 눈밭에서 입을 맞추는 연인, 호텔 테라스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커플처럼 사랑에 빠진 연인 역시 시선을 끈다.

가장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작가 자신도 주인공이다. “1930년대 후반은 모두에게 아름다운 시절이었습니다. 제게도 아름다운 시절이었고요. 저는 행복한 어린아이였거든요. 제가 행복한 어린 시절을 살았다는 건 제 인생 최고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방학 때마다 파리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가족의 사유지 이보르에서 지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이곳에서 평온한 날을 보낼 수 있었다. 어머니 마들렌과 나비를 채집한 기억, 나무 밑에서 일몰을 본 장면을 작품을 통해 관객과 공유한다. 들라크루아는 항상 작품을 마무리할 때 어린 시절 기르던 강아지 퀸(Queen)을 그리고 서명한다.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 속에서 하얀색 점박이 퀸을 찾아보는 것도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다.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의 '노르망디에서의 겨울' 그림이다.

‘노르망디에서의 겨울 사냥(La chasse d’hiver en Normandie)’, 2022. ©Michel Delacroix

눈 내리는 파리

미셸 들라크루아가 살았던 1930년대 파리는 지금보다 더 춥고, 눈이 자주 내렸다. 그의 작품에 눈 내리는 풍경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눈싸움하는 아이, 눈꽃이 핀 거리의 나무, 눈밭을 뛰어다니는 강아지를 생동감 넘치게 묘사했다.

 

작가의 아내인 바니 들라크루아가 “미셸은 42℃가 넘는 캄보디아의 작업실에서도 눈이 내리는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을 정도. 그에게 눈이란 실재하는 것보다 행복했던 기억의 표상이며,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마법과도 같은 요소인 셈이다. “눈이 오는 밤은 기적이 일어날 것 같아요. 무슨 일인가 벌어질 것 같죠.”

아흔을 넘긴 화가는 여전히 하루 대부분을 그림 그리고, 강아지 칼리, 아내 바니와 시간을 보내는 데 쓴다. 죽는 날까지 그림을 그리겠다는 노장의 바람과 그의 기억 속 아름다운 시절을 서울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감상할 수 있다. 화가의 탄생 90주년을 맞은 최대 규모의 전시로 2008~2023년에 그린 작품 약 200점이 공개된다.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전시 포스터 사진이다.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이 콘텐츠의 원문은 GOLD&WISE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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