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나드는 팝아트의 세계 스티븐 해링턴

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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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티스트 '스티븐 해링턴'의 캐릭터인 '멜로'이다.

캘리포니아를 닮은 작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스티븐 해링턴의 국내 첫 전시 <스티븐 해링턴: 스테이 멜로(Steven Harrington: Stay Mello)>가 열린다. 캘리포니아의 풍경과 문화가 스민 작품을 선보여온 해링턴은 회화, 디자인, 조각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작가다.

스티븐 해링턴의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고 뜨거운 에너지는 캘리포니아의 풍경을 닮았다. 1년 내내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는 캘리포니아의 온화하고 청명한 날씨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에게 색은 단순한 미학적 요소를 넘어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일상 속 평범한 사물과 자연에 강렬한 색을 입힘으로써 작품을 보는 사람에게 색다른 시각을 선사한다.

어린 시절의 경험도 스티븐 해링턴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일랜드계 아버지와 멕시코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다양한 예술과 문화를 접하며 자랐다. 화려한 색채와 함께 검은 윤곽선을 강조한 그의 작품은 음반 표지 디자인, 스케이트보드 그래픽, 언더그라운드 만화 등에 심취한 유년 시절의 경험에서 기인한다.

 

대학 졸업 후 판화 작업에 집중하던 그는 드로잉, 실크스크린, 조각, 디자인 등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고 탐구하며 점차 영역을 넓혀갔고, 오늘날 자신만의 독창적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팝아티스트 '스티븐 해링턴'의 작품이다.

팝아티스트 '스티븐 해링턴'의 작품이다.

그림은 곧 내면의 치유

새카만 눈, 기다란 코, 네 개의 손가락이 특징인 ‘멜로(Mello)’는 스티븐 해링턴의 분신 같은 존재다. 강아지와 늑대의 중간쯤, 천진난만한 표정의 멜로는 그의 작품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인간 형상에서 벗어난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인종, 나이, 성별에서 자유롭고 누구나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캐릭터 멜로를 탄생시켰다.

 

멜로와 함께 등장하는 ‘룰루(Lulu)’도 그의 시그너처 캐릭터다. 캘리포니아 야자수를 모티프로 만들었다. 가까이에 늘 존재하는 야자수를 한 번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음을 깨닫고 만들었다는 룰루.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려는 그의 바람이 투영된 캐릭터기도 하다.

멜로와 룰루가 캔버스 가득 채운 유쾌함과 발랄함 뒤에 숨은 진짜 의미는 보이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일상의 소중함과 현재를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담은 ‘꽃향기를 맡기 위해 멈춰보세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 ‘진실의 순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화려한 꽃 속에 파묻힌 룰루가 “바쁜 일상과 고민은 잠시 뒤로하고 꽃향기를 맡는 여유를 누려보라”고 권하는 ‘꽃향기를 맡기 위해 멈춰보세요’는 팬데믹 시기에 만든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진중하고 무거운 주제를 만화적 기법으로 유쾌하게 풀어내는 게 특징인데, 그가 초창기부터 꾸준히 탐색해온 삶의 균형과 불안이라는 주제가 일관되게 흐른다.

 

수년 전 깊은 불안에 빠진 그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곧 명상과 같다고 생각했다. 걱정과 불안, 압박감 또한 삶의 한 부분이라 깨닫고 유쾌한 그림을 그리면서 내면의 불안을 조금 가볍게, 조금 사소하게 다루고자 했다는 그.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곧 그에게는 치유 과정이었던 셈이다. 2014년부터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고 문제의식과 감정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회화 작업에 더욱 몰두한 이유다.

스티븐 해링턴의 작품 '진실의 순간'이다.

신발에 스티븐 해링턴의 대표 캐릭터인 '멜로'가 그려져있다.

경계를 허물고 작품으로 소통

최근 스티븐 해링턴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국내 최초로 열리는 작품 전시를 위해서다. 국내 팬과 처음 소통하는 자리인 만큼 한국 전시를 위한 특별 작품도 선보여 더욱 화제다.

 

이번 전시에서는 스티븐 해링턴의 초창기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다. 그의 초기 판화 작품부터 최근에 작업한 디지털 작품까지 둘러보며 그의 그림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가로 10m, 세로 4.5m 크기의 ‘진실의 순간’은 이번 전시관 공간에 맞춰 특별히 제작했다. 불에 타들어가는 듯한 바닷속과 놀란 해양생물, 그 사이를 힘겹게 유영하는 멜로와 룰루의 모습을 그린 그림은 환경문제에 대한 스티븐 해링턴의 생각이 담긴 의미 있는 작품이다.

 

긴박하고 비극적인 장면이지만 작가 특유의 발랄한 색상과 익살스러운 표정의 캐릭터가 무거운 주제를 희석해주는 느낌이다. 곁에서 뒷짐을 지고 지그시 그림을 바라보는 멜로(조각품)의 모습이 더해져 볼수록 깊은 사유로 이끄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또 있다.

 

국내 팀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벽화 ‘소중한 삶을 위해’다. 이전에도 종종 벽화 작품을 만든 그가 국내 관람객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로 현장성을 살린 벽화 작업을 수행한 것. 실제로 어떤 과정을 통해 벽화를 제작했는지는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도 유명한 스티븐 해링턴. 이번 전시에서는 나이키, 몽클레르, 베어브릭, 이케아, 크록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도 함께 소개한다. 순수미술과 디자인 영역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창적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스티븐 해링턴의 작업 세계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기회다.

이 콘텐츠의 원문은 GOLD&WISE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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