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작복작 부대끼는 사람들 틈에서 창밖으로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하는 일. 기차는 느리고 불편하지만, 그렇기에 더 낭만적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것도 기차 여행의 묘미다. 캔디에서 엘라까지, 마을과 마을 사이를 잇고 드넓은 초원과 끝없이 펼쳐진 차밭 사이를 내달리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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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불교 중심 도시 캔디. 잔잔한 캔디 호숫가에 세계적 불교 성지 불치사가 자리한다.
하루 세 번 진행하는 공양 의식 테바바. 이 의식이 끝나면 부처님의 치아 사리함을 만날 수 있다.
전 세계 불교 신자가 성지 순례지로 꼽는 곳으로, 부처님 치아 사리를 보관한 불치사.
복작복작 부대끼는 사람들 틈에서 창밖으로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하는 일. 기차는 느리고 불편하지만, 그렇기에 더 낭만적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것도 기차 여행의 묘미다. 캔디에서 엘라까지, 마을과 마을 사이를 잇고 드넓은 초원과 끝없이 펼쳐진 차밭 사이를 내달리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캔디(Kandy)는 스리랑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오랜 역사를 품은 도시다. 기원전 543년부터 서기 1815년까지 존재한 스리랑카 싱할라 (Sinhala) 왕조의 마지막 수도였으며, 1815년 영국 식민지가 되기 전까지 2,500년간 디나할라(Dinahala) 문명을 꽃피운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 에는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풍부한 문화유산과 고유의 전통을 간직한, 가장 스리랑카다운 도시로 평가받는다.
일찍이 캔디는 불교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국민의 70% 이상이 불교 신자인 스리랑카에서 캔디가 더욱 특별한 건 세계적 불교 유적인 ‘불치사(佛齒寺, Temple of the Sacred Tooth Relic)’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1603년에 지은 불교사원으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부처님의 치아 사리를 보관 하고있다. 스리랑카 국보 제1호이자 전세계 불교 신자가 꼭 가야할 성지순례지로 꼽는 곳이다.
세계적 불교 성지인 불치사는 부처님의 치아 사리를 보려는 사람으로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개방하지만, 치아 사리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있다. 매일 새벽 5시30분, 오전 9시30분, 오후 6시30분에 세차례 공양의식을 치른 후에야 볼 수 있다. 이른바 ‘테바바 (Tevava)’라는 공양 의식이다.
이 의식이 끝나면 사람들이 우르르 2층으로 향한다. 부처님의 치아 사리가 봉안된 법당이 2층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관람객이 볼 수 있는건 부처님의 치아가 아니라 이를 보관한 사리함이다. 어느덧 커튼이 열리고 황금빛 사리 보관함이 모습을 드러낸다. 손에 닿을듯 가까이에 있지만 인내심은 필수다.
워낙 구경하려는 줄이 길기 때문이다. 황금빛 사리보관함을 직접보면 나도 모르게 두손을 모으게 되는 영험한 힘이 느껴진다. 긴 기다림에 비해 볼 수 있는 시간은 짧지만, 평생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을 남기기엔 충분하다. 사리함 사진 촬영은 엄격하게 금지한다. 또 사원 안으로 들어갈때 신발을 벗어야하고 짧은 치마나 바지, 모자를 착용하면 안된다.
시속 20km로 천천히 달리는 스리랑카 기차.
스리랑카 완행 열차는 관광객 뿐 아니라 현지인에게도 인기 있는 교통 수단이다.
타밀족 여인이 차밭 사이사이를 다니며 찻잎을 수확하고 있다.
캔디에서 엘라(Ella)로 가는 산악 기차는 세계에서 아름다운 철도 노선중 하나로 꼽힌다. 달리는 기차밖으로는 초록색 차밭이 끝없이 펼쳐지고, 초원, 계곡, 폭포를 지나 그림 같은 풍경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캔디에서 엘라까지 기차 여행은 7시간가량 소요된다. 4시간 걸리는 버스에 비하면 기차가 얼마나 느린 속도로 가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덕에 열린 기차문에 앉거나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풍경을 감상하고 문에 매달려 기념사진을 남기는 호사를 누릴 수 있으니 더딘 속도가 되레 고마울 따름. 굽이굽이 기찻길 따라 새로운 풍경이 펼쳐져 지루할 틈이 없다. 단, 상황에 따라 기차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으니 뒤의 일정을 여유있게 잡는다.
에어컨과 충전시설을 갖춘 1등석은 표가 많지도 않지만 구하기도 어렵다. 기차여행 계획이 있다면 최소 한달 전 온라인으로 미리 예매한다. 2·3등석은 당일 현장 구매만 가능하다. 비지정석이기 때문에 자리는 선착순, 운이 좋아야 앉을 수 있다. 한 가지팁을 전하자면 2등석은 장거리 이동 여행객이 대부분이고, 3등석은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현지인이 많다.
즉 3등석은 중간에 타고 내리는 사람이 많아 빈자리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1등석은 에어컨이 나오는 대신 창문을 열 수 없어, 기차여행의 낭만을 즐기고 싶다면 2·3등 석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기차양옆으로 펼쳐지는 풍경 모두 아름답지만, 캔디 역에서 나누오야(Nanu Oya)역까지는 오른쪽 창가에, 나누오야역에서 엘라역까지는 왼쪽 창가에서 바라본 풍경이 훨씬 환상적이다. 보통 캔디에서 출발해 엘라로 향하는 구간이 인기가 높아 표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엘라에서 캔디로 향하는 반대 노선도 고려해 봄직하다.
캔디에서 꼬박 5시간을 달려 도착한 하푸탈레(Haputale)는 스리랑카 중부 산악 지역(해발 1,850m)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건 광활한 차밭과 립톤시트(Lipton Seat)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 브랜드 립톤의 창립자 토머스 립톤이 앉아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했다는 데서 유래한 곳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립톤은 영국 식민지시절 하푸탈레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영국으로 차를 수출해 엄청난 부를 쌓은 인물이다.
완만한 언덕을 오르면 닿을 수 있는 립톤 시트. 정확히는 1800년 후반 토머스 립톤이 설립한 ‘담바테네(Dambatenne) 농장’의 전망대다. 산책하듯 걷다 보면 마치 잘 가꾼 정원 속을 거닐 듯 주변 차밭 풍경이 아름다워 연신 고개를 돌리게 된다. 향긋한 차 내음과 끝없이 펼쳐진 초록 향연에 절로 마음이 평온해 진다.
짙은 녹음 사이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차를 수확하는 타밀족 여인의 웃음꽃이 활기를 더한다. 전망대에는 립톤 시트 표지판과 토머스 립톤 동상이 자리한다. 자욱한 안개 사이사이로 펼쳐진 차밭 풍광이 장관을 이룬다. 립톤시트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버스를 타고 담바테네 공장에서 내린 후 7km가량 걷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미니버스를 타고 성모상 앞에서 내린후 1시간 정도 걷거나 툭툭(Tuk-Tuk)을 타고 매표소에서 내린 후 30분가량 걷는 방법도 있다. 물론 걷지 않고 정상까지 한 번에 갈수도 있다. 여행객 사이에서는 립톤 시트 일출도 인기다. 약간의 부지런함으로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일출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하려면 하루 전날 툭툭을 예약해 두는게 편리하다.
엘라의 랜드마크 나인 아치브리지.
울창한 숲속에 그림 같이 놓인 나인 아치브리지는 선로위에서 지나가는 기차를 감상할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과 다채로운 레포츠로 인기 높은 리틀 아담스피크.
하푸탈레에서 1시간 남짓 더 달리면 기차의 종착지 엘라에 도착한다. 여행자의 파라다이스라는 별칭답게 여행객으로 북적인다. 엘라 여행의 시작은 나인 아치 브리지(Nine Arches Bridge) 감상이다.
엘라 역과 데모다라 역 사이에 위치한 철도 교량으로, 스리랑카 대표 관광 명소다. 철근과 콘크리트 없이 벽돌과 암석, 시멘트로만 만들었다는 게 특징. 다리를 건설할 당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철근을 공급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치 9개와 높이 91m의 웅장 한다리는 주변의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엽서 속 그림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놀라운건 기차가 운행 중일때도 선로 위를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차 시속이 20km가 채안되기 때문에 난간 옆으로 몸을 바짝 기대면 비교적 안전하다. 철길따라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고 난간에 앉아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는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리틀 아담스피크(Little Adam’s Peak)는 여행자 사이에 소문난 트레킹 명소다. 스리랑카 남서부에 위치한 ‘아담스피크’에서 바라본 풍경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담스피크는 산 정상에 성스러운 발자국이 있는데, 불교와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모두 자신이 모시는 신의 발자국이라 여겨 전세계적 종교 성지로 거듭난 곳이다.
이런 종교적 의미에 더해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험난하고 최소 4시간 이상 소요된다. 반면, 리틀 아담스피크는 1시간 남짓이면 정상에 올라파노라마뷰를 조망할 수 있고 주변에 짚라인, 버기카, 사격 등 다양한 레포츠도 즐길 수 있어 인기다.
나인아치브 리지, 리틀 아담스피크를 포함해 엘라락, 리와나 폭포, 홍차 팩토리 등 엘라 곳곳의 명소를 모두 둘러보고 싶다면 원데이 투어를 추천한다.
스리랑카는 12월부터 4월까지 날씨가 건조하고 따듯해 여행하기 좋다. 1인당 50달러를 내고 관광 비자를 받아야 하지만, 10월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비자가 면제되니 이번 기회에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단, 겨울철은 성수기로 간주되니 유명 관광지나 기차 티켓은 서둘러 예매할 것.
이 콘텐츠의 원문은 GOLD&WISE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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