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다본 그린란드는 눈과 얼음으로만 이루어진 섬이다. 백설기보다 더 희고 보드라운 설원과 푸른 바다 위를 뒤덮은 단단한 빙하를 보면 지구 밖 미지의 행성에 온 것 같다. 북위 5983°에 위치한 그린란드는 북극권에 속하는 덴마크 자치령으로, 1년 대부분이 추위로 얼어붙는 땅이다.
하지만 5월부터 9월까지는 평균 기온이 08℃로,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싱그러운 초목을 볼 수 있다. 그린란드 내륙은 춥고 척박해 사람이 살 수 없기 때문에 인구 대부분은 서남부 해안에 거주하고, 그중 행정 수도 누크(Nuuk)에 집중해 있다. 그린란드의 관문인 누크는 1728년 덴마크와 노르웨이 루터교 선교사이자 탐험가였던 한스 에게데가 세운 마을이다.
그러나 이 땅에 최초로 발을 디딘 이들은 이누이트(Inuit)로, 약 4,000년 전 시베리아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 거친 북극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중앙아시아의 혈통을 이어받은 이누이트는 우리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대자연을 바라보며 자란 그들의 검푸른 눈망울은 맑고 신비하며 깊은 인상을 준다.
오늘날 사냥이라는 전통 방식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누이트는 극소수이지만, 그린란드 제2의 도시인 시시미우트(Sisimiut)에는 선조로부터 이어져온 그들의 전통이 여전히 살아 숨 쉰다.
지금의 누크는 국제공항과 국립박물관, 미술관, 쇼핑몰, 아파트 단지 같은 고층 빌딩이 들어선 그린란드 내 유일무이한 도시다. 도심은 규모가 매우 작아 중심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흰 눈을 뒤집어쓴 전통 가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시골 마을을 연상시킨다. 빨강, 초록, 노랑, 파랑, 검정으로 칠한 그린란드의 전통 주택은 순백의 설원을 배경으로 더 돋보인다.
마치 깨끗한 캔버스 위에 채도 높은 물감 몇 방울을 떨어트린 듯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경관이다. 이 같은 다채로운 색상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18세기 덴마크 식민지 시절, 집 번호나 거리 이름이 없어 사회 주요 기능을 하는 건물을 쉽게 구별하려고 5가지 색으로만 칠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빨간색은 교회나 학교 혹은 그 종사자에게, 노란색은 병원과 의료 종사자에게, 녹색은 기계공이나 통신업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부여됐다. 그리고 파란색은 어업 종사자에게, 검은색은 경찰서에 쓰였다. 물론 지금은 주택 소유자가 자유롭게 원하는 색으로 칠할 수 있다. 알록달록한 유채색을 뒤집어쓴 전통 가옥은 황량하고 쓸쓸한 그린란드의 겨울 풍경에 따듯함과 생기를 불어넣는 그림 같은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