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아파트 시장 회복이 늦은 이유는 3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넘치는 미분양 물량이다. 미분양이 많다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친다는 것이다.
시장이 일종의 소화불량에 걸린 셈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997가구로 지방 미분양(5만7,342가구) 물량이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한다. 게다가 ‘불 꺼진 아파트’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대부분 지방이다. 실제로 악성 미분양이 많이 쌓인 곳은 경남(1,684가구), 대구(1,584가구), 전남(1,302가구)등의 순이다.
둘째, 주택 주력 매수층인 젊은 세대가 일자리를 찾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상경하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은 25~34세 청년 7,600여 명이 지역을 떠났다. 가뜩이나 인구가 줄고 있는데, 젊은 층까지 유출하니 주택수요층이 옅어질 수 밖에 없다.
지방경제가 튼실하지 않으니, 집값도 당연히 회복이 늦어진다. 집값은 그 지역 경제 펀더멘털의 또 다른거울 이다. 한편 상경 투자가 늘어나는 것도 한 몫하지 않나 생각된다. 한 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의 25% 가량을 서울 거주자 밖의 외지인이 매입했다.
첫 조사가 이뤄진 2006년 외지인 매입 비율은 17.6%에 그쳤으나 2018년(20.3%)부터는 계속 20%를 초과하고 있다. 사람도 투자자도 서울 등으로 올라오니 지방 경제는 물론 부동산 경기도 시름에 빠진다.
셋째,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쇼크 속에서도 지방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것도 회복이 더딘 이유다. 2022년 당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한 해 동안 22%, 인천과 경기는 23% 정도 하락했다. 하지만 지방은 10.5% 하락하는 데 그쳤다. 지방은 투자 수요보다 실수요 성격이 강하다보니 금리나 통화량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4월 현재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 아파트 가격 고점(2021 년 10월) 대비 하락률은 서울 17.1%, 수도권 19.2%에 달하지만, 지방은 10.8%에 불과하다. 아파트 가격이 덜 하락했으니 가격 메리트가 크게 드러나지 않아 강하게 반등 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지방도 시차를 두고 서울과 수도권 시장을 따라갈 가능성이 있으나 과거보다는 속도가 늦지 않을까 판단한다. 시장 흐름을 예측하는 선행 지수 격인 실거래가 잠정지수가 약세를 보여서다.
5월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지수는 서울(0.76%), 수도권(0.20%)은 플러스를 보였으나 지방은 -0.36%로 나타났다. 지방에선 아파트 전세 가격조차도 약세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를 보면 지방(5대 광역 시기준)아파트 전세가격은 올들어 5월 까지 0.65% 떨어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최근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수도권 주택시장은 보합세를 유지하겠지만 지방은 하락(-2.5%)을 예상했다. 따라서 지방은 당분간 매물 소화 과정 속바닥 다지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