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고 있는데, 전셋값은 봄 이사철과 맞물려 상승하고 있다.
KB부동산의 2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0.28% 상승했다.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연속 올랐다. 서울에서도 관악구(0.95%), 마포구(0.63%), 동작구(0.54%), 양천구(0.47%) 등 주요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오름 폭이 두드러졌다. 경기도 아파트 전셋값도 지난달 0.21% 올랐다. 7개월째 상승세다. 1월까지 하락세를 보였던 인천 아파트 전셋값의 경우 지난달 상승세(0.30%)로 전환됐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이 들썩이고 있으나, 향후 전망은 갈린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이달 발표한 부동산 보고서에서 "아파트 선호 현상과 입주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고금리 여파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하자 전세로 살면서 시장 분위기를 관망하려는 수요가 많아지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살펴볼 것은 구매력, 수급, 전망 세 가지 지표다. 가구 소득 증감의 지표이자 실질구매력을 파악할 수 있는 가계 흑자액 추이를 통해서는 실질 구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가계 흑자액은 가계 소득에서 세금이나 국민연금 같은 준조세격의 지출과 대출이자 등을 내고 식비 같은 소비지출에 쓰고도 남은 돈, 한마디로 가계에서 다달이 나가는 비용을 빼고 남은 여윳돈을 말한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시근로자 기준 전세가구 월평균 흑자액 추이는 2019년 119만514원, 2020년 151만9680원, 2021년 149만8085원, 2022년 142만6541원, 2023년 140만362원으로 집계된다. 2021년 이후 흑자액이 줄었지만 변동률은 22년 -4.78%, 23년 -1.84%를 기록해 감소 폭은 둔화했다. 연내 금리까지 인하한다면 이자비용 감소에 따라 전세가구의 실질 구매력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