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시장 동네별 따로따로, 분절화 현상 뚜렷

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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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강물 위로 화려한 불빛을 내뿜는 현대적인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서 있는 밤의 풍경'이다. 건물의 조명이 강물에 길게 반사되어 대칭을 이루며, 도시의 평온하면서도 세련된 야경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울 주택 시장의 패러다임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과거 서울 부동산 시장을 관통하던 ‘하나의 거대한 물결’은 사라지고, 이제는 각 지역이 독립적 동인에 의해 움직이는 ‘지역 분절화(Segmentation) 현상’이 뚜렷해졌다. 강남과 비강남 시장은 더 이상 동조화 흐름을 보이지 않으며, 각개전투 식으로 움직이는 복수의 시장으로 분해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주택 시장은 이른바 ‘공간적 확산’ 또는 ‘전이 현상’의 법칙을 충실히 따랐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주변 지역으로 온기가 퍼져 나가는 구조였다. 강남은 시장의 흐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안테나이자 풍향계로 기능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강남 아파트 가격이 떨어져도 비강남은 치솟는, 시세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나타난다. 지역별로 ‘따로따로’ 움직이는 이 시세 흐름은 과거의 통계적 경험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매우 생경한 장면이다.

강남 대장 아파트 ‘휘청’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4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19% 상승한 가운데 강남구(-0.01%)는 7주 연속 하락을 이어갔다. 서초구(0.04%), 송파구(0.05%)도 낮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강남 3구 집값이 서울 평균을 밑돌았다. 하지만 비강남권에서는 상승폭이 크게 뛰었다. 강서구(0.46%), 은평구(0.34%), 마포구(0.33%), 동대문구(0.32%), 동작구(0.31%) 등이 상승을 주도했다.

강남 아파트 약세는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시가총액 상위 대단지 아파트 지수 흐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3월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132.4로 전월보다 -0.73% 하락했다. 이 지수가 내림세를 보인 것은 2024년 2월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KB선도아파트 50지수에는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대치동 은마아파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등 서울 강남권 주요 고가 아파트가 포진해 있다.

그동안 세금 규제 신호가 나오면 외곽부터 흔들리고 중심부는 버티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 패턴이었으나 이번에는 딴판이다. 이는 2017년 발표된 8·2 대책 이후 나타난 시장 흐름과도 대비된다. 당시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등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예고하고,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 4월 1일부터 이를 시행했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서울 성동(10.28%)·송파(10.60%)·강남(9.91%)·광진구(9.07%) 등 핵심 지역 아파트 가격은 급등했다. 반면 외곽 지역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강북(2.30%)·노원(1.93%)·은평구(1.86%)는 서울 평균 상승률(5.35%)에 크게 못 미쳤다. 평택과 오산 등 경기 외곽 지역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런 차별화는 세제 부담을 피하기 위해 여러 채보다 우량 지역 한 채만 보유하려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예고 이후 서울 강남·송파·용산구 등 핵심 지역에서 매물이 늘고 가격도 먼저 약세를 보인다. ‘똘똘한 한 채’, ‘강남 불패’라는 익숙한 공식이 흔들리는 듯한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중심지가 약세를 보이는 ‘코어 디스카운트(Core Discount)’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캐시 푸어’ 고령자들 긴장

핵심 지역에서 먼저 가격 조정이 나타나는 이유는 정책 변화와 인구 구조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무엇보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크게 늘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17년 8·2 대책 당시 전국 고령 인구 비율은 14.0%였다. 그러나 올 2월에는 21.5%까지 상승했다. 서울 역시 같은 기간 13.6%에서 20.6%로 높아졌다. 10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고령 인구 비율이 7% p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도세나 보유세 강화 같은 정책 신호가 나오면 ‘캐시 푸어 세대’인 고령층은 빠르게 반응할 것이다. 보유세 부담이 커질 조짐이 보이면 고령자 가운데 다주택자는 주택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려 한다.

고가 1주택자도 주택 규모나 금액을 줄이는 ‘주거 다운사이징’에 나서고 있다. 보유세 인상뿐 아니라 비거주용 고가 1주택에 대한 양도세 장기 보유 특별 공제 축소나 전세 임대 시 간주 임대료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움직이는 것이다. 인구 구조상 고령 인구가 부쩍 늘어나면서 고가 주택의 세금 민감도가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얘기다.

물론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상급지 갈아타기’ 트렌드로 가격이 크게 오른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강남구와 용산구, 송파구 일대 아파트 전세가 비율이 30%대로 떨어졌다. 전세 가격이 오르는 것보다 매매가가 많이 오르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내재 가치보다 교환 가치가 너무 크게 올라 차익 실현 욕구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대출 규제가 강해 아주 저렴한 매물이 아니고는 시장에서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다 보니 강남 등 핵심 지역부터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액티브 바이어’ MZ세대는 다른 생각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을 움직이는 두 부류의 ‘지배적 시장 참여자(Dominant Market Participants)’는 베이비붐 세대 고령층과 MZ세대 젊은 층이다. 이들은 시장의 새로운 기준점을 만드는 ‘앵커 세터(Anchor Setter)’이자, 시장의 위험을 미리 알리는 ‘시장의 카나리아’ 역할을 한다. 상승기에는 이들이 높은 가격에 매수하며 트리거를 당기고, 하락기에는 가격의 닻(Anchor)을 아래로 확 내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젊은 세대는 비강남 중저가 주택을 적극 탐색한다. 중저가 주택은 보유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데다 근로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덜 오른 비강남 지역은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며 MZ세대의 투자 레이더에 포착되고 있다.

같은 정책을 두고도 세대별로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맞벌이다 보니 도심 업무 지구에서 아주 먼 지역에는 관심이 없고 출퇴근이 가능한 서울 부도심권 주택을 사려고 한다.

또 아직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젊은 세대는 신규 분양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앞으로 LH 주도의 공공 분양 공급이 확대된다. 하지만 젊은 고소득 맞벌이 가구는 소득 및 자산 기준에 막혀 공공 분양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공공 분양은 ‘기회’가 아니라 ‘그림의 떡’에 가깝다. 결국 분양을 기다리기보다 기존 주택 매입으로 방향을 틀게 되고, 이는 비강남권 수요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융 규제 역시 시장을 갈라놓는 요인이다. 15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는 강남권 수요를 직접 억제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은 대출 접근성이 유지되면서 수요가 이동한다.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며 강북권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지는 구조다. 이런 세대 간 차이가 시장의 분절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붉은 벽돌의 낮은 빌라와 단독주택들이 밀집한 주거 지역 위로 거대하고 현대적인 유리 외벽의 초고층 빌딩이 우뚝' 솟아 있다. 구도심의 낡은 건물과 신도시의 화려한 건축물이 대조를 이루며 도시의 발전과 격차를 동시에 보여준다.

요즘 나타나는 ‘코어 디스카운트’와 역차별화 현상이 장기적으로 지속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타임 푸어 세대’인 30~40대의 직주근접형 수요와 자산 양극화 흐름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의 세제 압박이 크게 작용하는 올해까지는 비강남권 지역의 상대적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가격이 덜 오른 곳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순환매 장세로도 볼 수 있다. 상급지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수요자라면 가격이 아주 싸지 않은 이상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 콘텐츠의 원문은 GOLD&WISE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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