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투사, IB·모험투자는 뒷전…부동산PF 수익 10년간 723배 폭증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 증권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종투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채무보증 수수료로 얻는 수익이 지난 10년간 723배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투자은행(IB) 사업 비중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쳐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종투사의 원래 도입 취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10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3년~2023년) 우리나라 종투사들이 부동산 PF 등에 제공한 채무 보증 규모는 2조6천436억원에서 29조3천933억원(2023년)으로 증가했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은 14억원에서 1조126억원으로 무려 723배 폭증했다.
수수료 수익이 종투사 당기순이익(약 4조원)의 25%나 차지할 정도로 고수익원이 된 것이다.
종투사들이 원래 취지인 모험자본과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보다는 단기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사업에 집중한 결과다.
종투사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에 발행어음 업무를 인가하고,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증권사에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허용하는 제도다.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키움 증권 등 9개 사가 해당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종투사의 IB 사업 부문 비중은 2024년 6월 기준 1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비중은 자기매매가 54%, 위탁매매가 26%였고, 자산관리는 6%였다.
김상훈 의원실 제공
종투사 기업금융의 세부 유형을 살펴봐도 모험자본 공급과는 거리가 먼 특징들이 관찰된다.
종투사 기업여신(2021년 상반기 기준) 중 57.4%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공급됐고, 32.6%는 부동산 관련 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투사는 부동산 PF 채무보증 사업을 SPC를 통해 수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SPC 기업여신 중 상당수는 부동산 담보 대출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 2022년 말 기준 종투사의 자산구성 중 모험자본 공급과 관련 있는 주식 보유 규모는 9조8천억원으로 전체 종투사 자산 규모 중 2.1%에 불과했다.
정현재 예금보험공사 연구위원과 이진호 한남대 교수, 박영석 서강대 교수는 최근 공저한 논문에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도입의 취지에 맞게 증권사의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으나, 제도 도입 이후 부실 위험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종투사) 규제가 완화되고 업무 범위가 확대되면서 레버리지 확대로 인한 고위험 투자, 유동성리스크 확대, 부동산 PF 등 자산편중 심화, 파생상품거래 급증, 비효율적 인수·합병(M&A) 증가, 파생결합증권 매매에 따른 신용 및 금리위험 증가, 이익 변동성 확대로 인한 부실화 등 증권업권 전반의 리스크 증가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돼 왔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지난 9월 20일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부동산 PF 리스크를 그 이유로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상훈 의원은 "종투사가 IB 은행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느냐를 보면 고개를 젓게 된다"며 "종투사 도입 목적과 연관되는 IB 부문의 비중이 2013년 당시 6%였는데 현재 약 2배가량 증가하여 14%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종투사가 IB은행으로서 모험자본 공급 확대, 기업금융 활성화 등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부동산 PF 리스크 등 부실 가능성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종투사 제도 개선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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