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긴축을 우려한 시장 기대 후퇴. 영란은행 (BOE)이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양적완화도 유지. 최근 들어 채권시장은 높아진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중앙은행들이 서둘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들을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거둬들이면서, 이와 같은 우려는 심화 (10/28). 그러나 BOE가 예상과는 달리 천천히 가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급히 되돌림. 시장의 기대가 다소 과도하기는 했지만 근거가 없지는 않았음. 지난달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는 높아지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한다고 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불을 지핀 바 있음. 이번에도 영국 통화정책위원회 (MPC) 9명의 의원 중에서 3명이 기준금리 동결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달 2명에 비해 많아짐. 지난 8월에 내놓은 경제전망과 비교하면 소비자물가지수 (CPI)의 상승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 그러나 시장의 과도한 통화완화 기대와 혹시 높아질 수 있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미리 조정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봐야 함.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는 능숙하게 대처해 온 경험을 축적해 놓고 있지만, 경기확장세 둔화에 대응하는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걸 금융위기 이후에 여실히 느꼈기 때문. 중앙은행가에서 회자되는 격언 중에 하나가 Pushing on a string. 실을 (당길 수는 있지만) 밀 수는 없다는 의미인데, 경기가 과열되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긴축하기는 쉽지만, 경기가 침체됐을 때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힘은 제한되어 있다는 의미. 여기에 더해서 금융위기 이후에는 0%까지 낮아진 명목기준금리를 더 낮추기 어려운 제로금리 하한 (Zero Lower Bound) 제약까지 생김. 최근 인플레이션이 크게 높아지면서 경계심이 높아졌지만, 금융위기 이후 뉴노멀 시기에 통화정책의 한계를 경험하며 무력감을 느꼈던 중앙은행가에서는 인플레이션 움직임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음. 어제 BOE도, 기준금리를 서둘러 인상했을 때 경기회복세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 인플레이션은 필요한 만큼 올릴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있다는 뜻), 경제가 난관에 부딪혔을 때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은 제한되어 있다고 밝힘. 어제 FOMC를 마친 파월 의장 역시,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일 때 흔히 쓰는 인내심이라는 표현을 사용. 연준이 담당하고 있는 것은 중기 인플레이션 안정이라고 하면서, 내년 2~3분기에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지를 지켜보겠다고 함. 기준금리 인상 조건이 부합하는 지를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11/4). 이달 초하루에 1.32회까지 높아졌던 내년 6월 기준금리 인상 횟수 전망은 1.02회로 낮아짐.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이른 기준금리 인상 우려는 고점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높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