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현실화로 에너지 공급 불안에 따른 고유가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 (SWIFT)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면서 제재 수위가 높아졌다. 러시아 에너지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인 만큼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 원유와 천연가스의 재고 확보를 위한 수요까지 강해지면 에너지 가격은 쉽게 하향 안정되지 못할 것이다. 업스트림 (석유/가스 개발 및 생산) 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큰 에너지 기업들은 고유가 덕분에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S&P 500 대표 에너지 기업인 엑슨모빌과 쉐브론의 영업이익률은 유가 상승에 연동해 빠르게 높아지고 있고, 이 추세는 올해 상반기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이어질 에너지주의 잉여현금 확대와 적극적인 주주환원
에너지 업종의 실적 개선을 뒷받침하는 것은 고유가에 따른 업스트림 부문 이익 증대만이 아니다.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인해 일회성 이익도 발생하고 있다. 탄소중립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 미국과 유럽의 대형 에너지 기업들은 유전 등의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석유 관련 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일회성 이익은 한동안 더 발생할 수 있다. 탄소중립 기조로 인해 업스트림 관련 투자 지출도 많지 않다. 장기 관점에서 화석연료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과거 유가 상승기처럼 유전 개발과 생산 확대를 위한 자본지출을 활발하게 진행할 필요가 없다. 물론 저탄소 관련 투자가 진행되고 있지만 당장 규모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엑슨모빌이 2022년 자본지출 가이던스로 제시한 210~240억 달러 중 저탄소 관련 지출은 10억 달러에 불과하다. 쉐브론의 경우에도 2022년 자본지출 가이던스 150억 달러에서 저탄소 관련 지출은 8억 달러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가계의 인플레이션 부담 가중, 지지율 하락 등으로 인해 바이든 정부가 대형 에너지 기업들에게 저탄소 투자 확대를 강요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고유가, 탄소중립 환경에서 늘어난 이익과 줄어든 자본지출은 대규모 잉여현금을 남겼다. 에너지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 중 늘어난 부채를 갚고, 남은 잉여현금으로 주주환원도 강화하고 있다. 엑슨모빌은 향후 1~2년에 걸쳐 10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예고했고, 쉐브론 역시 연간 자사주 매입 가이던스와 분기 배당 규모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