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둔화 우려가 한층 높아졌다. 지난주 대형 유통 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서 수요 둔화가 뚜렷하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인건비와 연료비, 물류비 등 비용 서프라이즈보다 더 큰 충격은 소비자들의 지출 변화였다. 인플레이션으로 실질 소비 여력이 약해지면서 소비자들은 재량적인 지출을 줄이고 더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월마트와 홈디포 모두 1분기의 동일매장매출 전년 대비 증가율이 낮아졌는데, 가격보다는 물량의 영향이 컸다. 평균 구매액 (P)이 증가세를 유지한 반면 거래건수 (Q)는 둔화됐다. 재고가 크게 늘어나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도 불거졌다.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이상 할인행사 등 저가전략을 통해 재고를 처리할 수밖에 없고, 공급망 차질로 가격이 높을 때 재고가 쌓였기 때문에 마진 악화도 불가피하다.
■인플레이션과 엔데믹이 맞물려, 과거와 다를 수 있는 ‘실질 수요’의 패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요 둔화 국면에서는 ‘실질 수요’가 업종 선별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지난 30여 년간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처음 겪어보는 엔데믹 영향이 혼재돼 있다는 것이다. 과거 수요가 꺾일 때 우위를 보이던 전형적인 방어 업종 분류가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필수소비 업종들이 최근 유통 기업 실적 쇼크에 연동돼 조정된 것이 대표 사례다.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지출 항목이어도 가격이나 브랜드에 따라 수요가 엇갈리고 있어, 인플레이션 충격을 피해갈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반대로 비필수적인 항목임에도 의외로 수요 충격이 적은 경우도 있다. 올해 1~3월 동안 개인소비지출 (PCE)의 항목별 가격 변동률과 실질 소비지출 변동률을 비교했다.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가격이 높아졌는데, 상품 소비지출은 줄어든 반면 서비스 소비지출은 늘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가격 상승에도 실질 소비지출이 늘어난 항목에 숙박과 여가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필수적인 지출 항목은 아니지만 엔데믹 영향이 반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