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을 해석하는 데 있어 인플레이션 착시에 주의해야 할 시점이다. 매출액, EPS처럼 기업 실적의 주요 항목들은 명목 값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제 수요보다 더 부풀려 해석될 수 있다. 물론 강한 수요를 바탕으로 가격전가 전략을 취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지만, 수요가 약해지면 가격 인상을 통한 실적 방어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적 서프라이즈가 가격 상승에만 의존한 것인지, 견조한 수요도 병행되고 있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몇 달 동안 명목 경제지표를 해석하는 과정과 유사하게, 명목 기업이익 값에 혼재돼 있는 가격 상승분과 실질 수요 변화분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인플레이션 착시가 실적 서프라이즈 해석에 혼동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2분기 실적은 대체로 부진하게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S&P 500 편입 종목 중 59.5%가 EPS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과거 경기침체 기간의 평균 (61.3%)보다 낮은 수준이다. 많은 수의 기업이 EPS 컨센서스를 하회했음에도 불구하고, EPS 서프라이즈 퍼센티지 (실제 EPS가 EPS 전망치 대비 상회 또는 하회한 정도)는 그리 낮지 않다. 현재 EPS 서프라이즈 퍼센티지는 +1.1%로, 경기침체 기간 평균 (-0.8%)보다 높다. 일부 기업의 EPS가 인플레이션에 의해 부풀려지면서 시장 컨센서스를 많이 하회하지 않거나, 오히려 상회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컨센서스를 하회한 기업들의 주가 반응이 지난 몇 번의 실적시즌과 달리 좋은 것도 인플레이션 착시의 영향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