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비용 축소 계획이 뉴스 헤드라인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해고 계획부터 부동산 매각까지 다양한 조치들이 포함돼 있다.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로 주가가 상승하는 등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2023년 S&P 500의 순이익률 컨센서스는 최근 하향 조정이 가속되고 있으며, 판관비율 컨센서스는 상향 조정되고 있다. 지금 나오고 있는 기업들의 비용 절감 계획이 마진 방어에 충분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작년부터 올해 경기침체 발생 우려가 팽배했지만, 실적 발표에서 비용 절감 (cost cut)을 언급한 기업들의 수는 과거 경기침체 시기에 비해 많지 않았다. 비용 절감을 위한 해고 계획 발표는 기술 업종에만 집중돼 있기도 하다.
■경기 우려에 비해 지금까지의 비용 축소 강도는 약한 편
S&P 500 기업들의 과거 실적 추이를 보면, 매출액 증가율이 꺾일 때 판관비 증가율도 낮아졌다. 비용을 줄이는 강도도 중요하다. 수요가 약해지는 속도보다 더디게 비용을 줄이면 마진율 하락을 방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관비 증가율이 낮아졌는데, 매출액 증가율 하락보다 완만한 기울기다. 업종별로 보면, 빠르게 비용을 줄이면서 수요 둔화에 대응하는 곳은 다각화금융과 자동차/부품 정도다. 나머지 대부분 업종의 기업들은 수요 둔화 속도를 감안할 때 비용 절감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판관비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유의미하게 줄지 않고 있다. 고용 지표를 통해 기업 입장에서 부담해야 할 인건비를 가늠해봤다 (취업자 수, 시간당 임금, 주당 노동시간). 주당 노동시간은 눈에 띄게 줄고 있지만, 시간당 임금과 취업자 수는 과거 경기침체 시기에 비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임금은 하방 경직성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인건비 축소의 핵심인 해고가 이번에는 많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몇몇 언론 인터뷰를 보면, 기업들은 얕은 경기침체를 예상하면서, 빠르게 수요가 회복돼 직원 수를 다시 늘려야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채 비용 절감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팬데믹과 전쟁 과정에서 겪은 구인난의 경험도 더해져, 인건비 대신 광고비 등 다른 비용을 줄이는 데 우선순위를 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