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분명해지고 있는 통화긴축 누적 효과. 중앙은행이 물가 지표를 보고 후행적으로 움직이면 위험하다고 보는 시장
시장과 반대로 가는 불라드 총재. OPEC+의 감산이 물가를 통제하려는 연준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밝힘. 상반기에 중국 경제가 회복하고 유럽이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 특히 미국의 경제지표가 강력하기 때문에, 원유 수요가 높아질 거라고 예상했다고 함. 그러나 최근에 시장이 확인하는 정보들은 불라드 총재의 의견과는 반대. 1월 경제지표가 강력했던 건 사실이지만, 작년 12월 한파로 위축된 경제활동이 온화한 날씨와 재정 효과로 빠르게 회복된 영향이 컸음 (3/8). 오히려 이후에 나오는 경제지표들은 둔화되는 흐름이 뚜렷. 어제 나온 3월 ISM제조업 지수는 46.3%를 기록하면서, 전월 47.7%와 예상치 47.5%를 모두 하회. 특히 제조업 경기에 선행하는 신규주문 지수가 44.3%를 기록하면서, 전월 47.0%에 비해 크게 하락. 날씨와 재정 효과로 급반등한 경제활동이, 날씨 영향이 사라지고 재정 후퇴가 가시화되면서 오히려 약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 유가가 상승하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금리를 끌어 올리는 게 일반적인데, 어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7.5bp 하락. OPEC+의 감산 소식으로 금리가 상승했지만, 어제 밤에 예상을 하회한 3월 ISM제조업 지수가 발표된 직후에 10bp가량 급락한 결과. 재정이 후퇴하는 시기에 나온 OPEC+의 감산은 인플레이션을 끌어 올리기보다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음 (4/3). 불라드 총재가 시장과 다른 인식을 가진 건, 연준 인사들 중에 인플레이션에 대해 누구보다 예민한 사람이기 때문. 어제도 불라드 총재는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을 모두 잡을 수 있다고 함. 은행 위험이 가라앉을 가능성이 80~85%인데, 시장은 은행 시스템 불안이 커질 수 있고 경기 경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을 지나치게 하고 있다고 평가. 시장도 이번 실리콘밸리은행 (SVB)와 관련한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생각. 하지만 은행 시스템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고, 무엇보다 연준의 긴축 기조가 지속되는 한 그럴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생각.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면서 소형은행들에서 예금이 광속 인출되는 사태가 다시 벌어졌을 때, 금융당국이 이번처럼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도 크지 않음 (3/29). 경기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질 텐데, 사태가 진정되고 앞으로 별 탈 없기를 바라는 희망적 사고 (wishful thinking)만으로 통화긴축 정책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의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