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서구권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대형원전 건설의 실패 사례는 기술 부족보다도 수행 경쟁력의 문제였다는 것이 KB증권의 판단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반복된 ‘공기지연’과 ‘비용초과’는 원자력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고, 결국 원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 기준이 ‘On Time, On Budget’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이제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정부와 기업들은 기술력보다도 먼저 ‘누가 약속한 대로 끝낼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일정과 예산 준수는 더 이상 옵션이 아니라, 원전 시장 진입의 전제 조건이 되고 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 ‘수행력’이 결정하는 원전 사업의 운명
원자력은 단순히 설계만 잘한다고 성사되는 산업이 아니다. 건설 기간은 평균 5~10년에 이르며, 부지 확보, 인허가, 기자재 조달, 공정 관리, 안전 규제 등 수많은 비기술적 요소들이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특히 초기 일정 차질이 누적되면 수익성은 물론 정치적 부담도 급격히 커지기 때문에, '수행력 있는 파트너'의 존재 여부는 투자자 뿐 아니라 정부 입장에서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발주처 입장에서 가스복합화력이나 석탄화력 발전 등의 (예산 대비) 비용 초과 비율은 10~20% 수준이지만 원자력은 평균적으로 수년 단위의 지연과 100%를 넘는 예산 초과가 반복되고 있다. 즉, 발전원 중에서도 원전은 ‘수행에서의 리스크 편차가 가장 큰 산업’으로, 단순한 기술 보유를 넘어 ‘복잡한 실행을 성공시킬 수 있는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행 역량이 원전 사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으로 재정의 되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