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다시 원전을 주목하고 있다. 탄소중립 이행, 에너지 안보 확보, 그리고 산업용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원전 필요성이 재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원전 기업들이 단순한 수주 기회 증가를 넘어 과거 대비 역할 자체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팀코리아를 넘어 글로벌 기술사들과의 협력 구도가 확산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이제 단순 하청기업을 넘어 설계·조달·관리 등 프로젝트 전반에 참여하는 ‘실행 파트너’로 격상되고 있다. 이는 산업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며, 수행력에서 출발한 한국의 경쟁력이 곧 사업 주도권으로 연결되고 있는 결정적 전환점이다. 한국 원전 기업에 집중해야하는 분명한 이유다.
■팀코리아: 공기업 주도, 민간은 수행자
한국 원전 산업은 ‘팀코리아’ 모델을 통해 세계 시장에 처음 진출했고, 그 첫 사례였던 UAE 바라카 프로젝트는 설계부터 시공, 기자재 공급, 운영까지 국가 역량이 총동원된 대표적인 수출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모델은 한국의 원자력 기술력과 수행 역량을 국제 사회에 강하게 각인시켰다. 다만, 팀코리아 모델은 구조적으로 정부 공기업 중심의 일괄 수출 패키지였기 때문에, 민간 기업들의 역할은 시공이나 기자재 조달 등 일부 영역에 국한되는 한계가 있었다.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해외수주 확보라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 전반에 걸친 주도권이나 전략적 영향력까지 확보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수주 구조가 국가 대 국가의 외교적 협상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이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아쉬움도 존재했다. 최근 체코 원전 사례처럼 정치적 변수나 외교적 견제에 따른 불확실성도 부담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