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럭셔리 인도네시아 숨바

202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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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으로 물든 하늘과 해변 사이 '맹그로브 나무'가 역동적 자태를 뽐내고 있다. '왈라키리 비치'.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과 해변 사이 맹그로브 나무가 역동적 자태를 뽐내고 있다. 왈라키리 비치.

유명하다고 해서 가장 뛰어난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여행지는 발리지만,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자면 숨바섬을 택하겠다. 발리에서 비행기로 50분 거리, 롬복만큼 순수하고 몰디브 못지않게 럭셔리한 숨바섬이 자리한다. 해변 승마부터 토착 문화까지, 숨바섬에서는 남다른 역사와 문화가 깃든 럭셔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50년 전 발리처럼 자연과 문화를 간직한 섬

소다맛 아이스크림이 연상되는 물빛, 우람한 바위가 인상적인 '만도락 비치'. 숨바섬 서북부에 위치한다.

소다맛 아이스크림이 연상되는 물빛, 우람한 바위가 인상적인 만도락 비치. 숨바섬 서북부에 위치한다.

도로를 따라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대자연'이 끝없이 펼쳐진다.

도로를 따라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대자연이 끝없이 펼쳐진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카쿠라 계곡'과 '폭포'. 수영과 트레킹 등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계곡 양옆으로 펼쳐진 계단식 논이 아름답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카쿠라 계곡과 폭포. 수영과 트레킹 등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계곡 양옆으로 펼쳐진 계단식 논이 아름답다.

숨바섬 동부권 최대 도시 '와인가푸'. 가운데 흰 건물은 교회다.

숨바섬 동부권 최대 도시 와인가푸. 가운데 흰 건물은 교회다.

숨바섬의 면적은 1만1,153㎢로, 제주도의 6배 크기다. 그에 비해 인구는 70만 명으로 제주도와 비슷하다. 그만큼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숨바섬 여행 적기는 5월부터 시작된다.

 

11~4월의 우기를 갓 지나 10월까지 건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기에는 길이 강이 되고 절벽이 폭포가 되어 접근할 수 없지만, 건기에는 화산활동으로 빚어진 기암괴석과 자연적으로 형성된 석회암 동굴, 황금빛 사바나 등 원시 자연을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다.

숨바섬을 두고 ‘1980년대 발리의 모습’이라고들 한다. 탐볼라카 공항에서 내려 니히 숨바 리조트로 향하는 길, 그 말의 의미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공항과 리조트 사이에는 고층 빌딩이 단 한 채도 없다. 건물은 낮고 넓게 퍼져 있고, 잔디가 깔린 공터도 많다. 도로의 의미가 무색하게 차량을 보기도 힘들다.

 

간혹 털털거리며 달리는 버스나 두세 명씩 함께 탄 오토바이가 시선을 끌 뿐이다. 숨바섬은 지금도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섬이자 인간개발지수(HBI)가 가장 낮은 지역이다. 1시간 30분 정도 뒤, 녹음에 익숙해질 무렵 니히 숨바 리조트에 도착한다.

 

숨바섬이 유명한 건 전적으로 니히 숨바 리조트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리조트는 세계 각국 여행 전문 플랫폼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리조트’에 여러 차례 선정됐다. 프라이빗 비치와 다채로운 프로그램, 근사한 시설까지 종합적으로 검증받은 것이다.

바다를 낀 여러 리조트 중 니히 숨바 리조트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역 주민을 위한 막대한 지원이다. 리조트 수익의 10% 이상을 숨바재단에 기부해 원주민의 삶을 지원한다.

 

아이들의 교육과 식수 공급, 말라리아 퇴치 등 수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숨바섬 주민은 이전보다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니히 숨바 리조트에 비치된 물품 대부분이 숨바섬 내에서 생산되고, 직원 역시 현지인이 90%에 달한다.

 

이런 배경이 있기에, 수많은 부호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심지어 최소 3일 이상 숙박해야 한다는 조건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단순한 휴양을 넘어 가치 있는 여행을 선택하는 것이다.

말 타고 해변을 달리는 기분이란

노을 지는 해변에서 '승마'를 하거나, 말을 타고 명상과 요가를 즐기는 모습이다.

니히 숨바 리조트에서는 말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노을 지는 해변에서 승마를 하거나, 말을 타고 명상과 요가를 즐길 수 있다.

오묘한 색감의 노을과 '맹그로브 나무'가 그림 같은 풍광을 연출한다.

오묘한 색감의 노을과 맹그로브 나무가 그림 같은 풍광을 연출한다.

인도네시아의 건기는 무척 덥다. 최고 기온은 40℃에 육박한다. 뜨거운 공기를 들이마시다 보면 몸은 절로 바다로 향한다. 서핑, 다이빙, 수중 명상 등 다양한 해양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다행이다.

서핑 명소로는 오키스 레프트가 꼽힌다. 니히 숨바 리조트에 묵는다면 이곳을 꼭 이용하길 권한다. 하루에 단 10명 내외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비치다. 높이 2~3m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와 고급 서핑 기술이 필요한 곳. 은밀하고도 여유로워 세계적 서핑 선수가 사랑하는 스폿이다. 해변과 맞닿은 절벽과 야자나무 숲이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야말로 지상 낙원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경험 못할 유일무이한 프로그램도 있다. 니히 숨바 리조트의 조랑말 체험이다. 숨바섬은 전통적으로 샌들우드 조랑말과 공존한다.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전통 의식에 제물로 바치기도 했다. 니히 숨바 리조트는 단순히 먹이를 주고 쓰다듬는 데서 나아가, 말과 교감하고 힐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말을 타고 해변을 달리거나 함께 수영할 수도, 말에 탄 채 호흡을 가다듬으며 명상할 수도 있다. 스파 사파리 프로그램에서는 승마를 비롯해 도보와 산악자전거, 사륜구동 차량 등으로 숨바섬의 울창한 정글 곳곳을 탐험하기도 한다.

숨바섬에서 꼭 가봐야 할 해변 중 하나로 왈라키리 비치가 있다. 맹그로브 나무 수십 그루가 서식하는 해변이다. 이리저리 몸을 비튼 나무가 이색적이다. 저녁 무렵, 먼바다가 해를 삼키며 붉은 노을이 온 하늘을 물들이면, 역동적 자태가 도드라진다. 실루엣이 강조된 맹그로브 나무는 당장이라도 가지를 흔들며 춤을 출 것만 같다.

생생히 전승되는 고유 문화

숨바섬의 유서 깊은 축제, '파솔라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창던지기 싸움.

숨바섬의 유서 깊은 축제, 파솔라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창던지기 싸움.

숨바섬에 곳곳에는 '전통 마을'과 여러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다. '전통 가옥'의 뾰족한 지붕이 이색적이다.

숨바섬에 곳곳에는 전통 마을과 여러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다. 전통 가옥의 뾰족한 지붕이 이색적이다.

다채로운 문양으로 마을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전통 직물 '이카트'이다.

다채로운 문양으로 마을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전통 직물 이카트.

숨바섬에서는 이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히 경험할 수 있다. 기독교와 가톨릭이 뿌리내렸지만, 토착 신앙인 마라푸를 믿는 원주민도 여전히 많다. 마라푸는 조상의 영혼이 무덤을 통해 현세와 소통한다고 믿기에, 독특한 장례 문화를 전승하고 있다.

 

거대한 돌무덤에 고인을 안장하고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것. 전통 가옥을 보존한 라텡가로 마을에서는 고깔을 씌운 듯 독특한 형태의 옛집과 거대한 돌무덤을 만날 수 있다.

매년 2~3월이면 서부 지역에서는 마라푸 의식을 재현하는 파솔라 축제가 마을을 순회하며 개최된다. 메인 이벤트는 말을 타고 대나무 창을 던지며 싸우는 경기. 격렬한 탓에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원주민은 부상자의 피가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풍작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숨바섬 전통 직물인 이카트도 주목할 만하다. 마을마다 고유 문양이 있고, 자손에게 대물림하는데, 서부 지역에서는 대체로 줄무늬를 강조한 단순한 디자인이, 동부 지역에서는 동물이나 사람을 표현한 화려한 패턴이 특징이다.

 

이카트는 숨바섬 마을 곳곳의 장인이 천연염료와 목화실을 이용해 전통 방직기로 직접 짠다. 숨바섬 동북부의 마링기 숨바 호텔에서는 숨바섬 전통 직조 공예를 체험할 수 있다.

이 콘텐츠의 원문은 GOLD&WISE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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