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매년 3월이면 이 작은 도시가 전 세계 인공지능(AI) 업계의 심장부로 변한다. 올해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모임(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6에는 190개국에서 약 3만9000명이 몰렸다. 전시 부스를 차린 기업만 400개에 육박했고, 700개 이상의 세션이 나흘간 쉼 없이 이어졌다.
3년째 이 행사를 찾았지만, 직접 현장을 걸어 보니 올해는 규모보다 전시의 결이 달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GTC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반도체 중심의 개발자 콘퍼런스였다. 올해는 달랐다. 부스 곳곳에서 로봇이 걸어 다니고, 양자컴퓨터 모형이 전시됐으며, 전력망 회사와 냉각 솔루션 기업이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AI 인프라의 외연이 얼마나 넓어졌는지를 발로 직접 확인한 자리였다.
GTC의 행사 스폰서 등급은 엘리트부터 실버까지 5단계로 나뉜다. 어느 기업이 어느 등급에 이름을 올리는지를 보면 엔비디아 생태계 안에서 누가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는지가 보인다. 올해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신규 진입 기업군이었다.
이튼(기업코드 ETN·전력관리), GE 버노바(GEV·전력인프라), 트레인 테크놀로지스(TT·냉각 및 공조) 같은 전력 및 냉각 인프라 기업들이 대거 합류했다.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 기가와트 단위의 전력을 소비하는 시대가 되면서 이들 기업은 어느새 AI 생태계의 핵심 공급자로 자리매김했다. 노키아(NOK·통신장비)는 AI-RAN과 6G 전환을 겨냥해 전략적 파트너로 등장했고, 산미나(SANM·EMS), 플렉스(FLEX·EMS) 같은 AI 서버 제조사, 그리고 퀀티넘(비상장·양자컴퓨팅)과 부즈 앨런 해밀턴(BAH·공공 AI 사이버보안)도 새로 이름을 올렸다.
기존의 반도체, 네트워크 중심 생태계가 전력, 냉각, 제조, 공공 영역으로까지 뻗어 나가는 중이라는 점이 전시장 동선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