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빌려주는 ‘AI시대 건물주’… 반도체·전력난에 매출 ‘날개’

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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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매출 5배늘어 5.8억달러
추가 비용 적어 이익률도 41%
전력 1㎿당 계약금액 2배로 ↑

천문학적 인프라 투자비용 부담
미래수요 흔들리면 수익성 급락

챗GPT에 질문을 던지면 몇 초 만에 답이 돌아온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지구 어딘가의 거대한 데이터센터에서는 수천 개의 반도체가 동시에 계산을 수행한다. 인공지능(AI) 시대의 공장인 셈이다. 문제는 이 공장을 짓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고성능 반도체를 채워 넣는 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AI 연산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AI 기업들이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모두 직접 구축하기 어려운 이유다.

독립 AI 인프라 기업 네비우스(NBIS)는 이 틈새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고성능 반도체를 갖춘 데이터센터를 직접 구축하고, 연산 자원이 필요한 AI 기업에 이를 대여한다. 비유하자면 AI 시대의 ‘건물주’다. 사람이 아닌 AI가 임차인이며, 건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가 단순 ‘입지’가 아닌 ‘전력과 반도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최근 발표된 네비우스의 2분기 실적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가파른 매출 증가와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었다. 네비우스의 2분기 매출은 5억8000만 달러(약 8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5배(450%)나 폭증했다.

매출에서 각종 비용을 뺀 뒤의 이익률이 41%까지 올라왔다. 1년 전에는 적자였고 직전 분기에는 32%였다. 이 회사가 파는 것은 반도체 사용 시간인데, 반도체를 한 번 설치해두면 더 많이 팔린다고 해서 비용이 그만큼 늘지는 않는다. 그래서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이익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

이러한 이익률 폭증은 AI 인프라 사업 특유의 ‘고정비 레버리지 효과’ 덕분이다. 데이터센터를 짓고 반도체를 설치하는 초기 비용은 천문학적이지만, 일단 인프라가 구축되고 가동률이 끌어올려지면 추가 가동에 따른 가변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여기에 전력난으로 인한 가격 인상 호재까지 더해지며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또 네비우스는 내년 공급 물량을 지금 당장 전량 계약할 수 있음에도 일부를 의도적으로 남겨두고 있다. 향후 임대료(계약 가격)가 더 오를 것이란 판단에서다. 공급자 측의 가격 결정력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최근 진행된 경매 방식의 물량 판매에서는 기존 계약 대비 15%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전력 1메가와트(㎿)당 연간 계약금액은 2분기 2000만 달러에서 3분기 단기 계약 기준 4000만 달러까지 껑충 뛰었다.

대형 고객사 유치 성과도 이어졌다. 이번 분기에만 건당 10억 달러가 넘는 대형 계약을 4건이나 따냈다. 고객군에는 미국의 내로라하는 대형 AI 연구소와 초단위 고성능 연산을 수행하는 글로벌 금융회사가 포함됐다. 특히 이들 4건의 계약이 모두 기존에 다른 인프라 공급업체를 이용하던 고객을 빼앗아온 ‘경쟁 수주’였다는 점이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거대 빅테크(CSP)가 이미 전 세계에 촘촘한 데이터센터망을 구축해둔 상황에서 네비우스 같은 독립 인프라 사업자가 설 자리가 있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답은 단순하다. AI가 요구하는 계산량이 빅테크의 자체 공급 능력을 훨씬 초과할 정도로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산업이 요구하는 전력 규모는 매년 수십 기가와트(GW)씩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대형 원자력발전소 수십 기를 새로 지어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빅테크 기업들조차 자사 서비스 충당에 급급해 외부 고객에게 내줄 컴퓨팅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수요의 근본적인 성격 변화도 독립 사업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AI 산업 초기에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만드는 ‘학습’이 컴퓨팅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학습 작업은 일회성 성격이 강해 모델 완성이 끝나면 해당 수요가 끊긴다. 반면 최근에는 완성된 AI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추론’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자금 조달 방식에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네비우스는 한 분기에만 57억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에 쏟아부었다. 통상 기업들은 이 정도 투자를 집행할 때 채권을 발행해 빚을 지거나 신주를 발행(유상증자)해 주주 가치를 희석시킨다. 하지만 네비우스는 ‘고객 선수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분기 체결 계약의 약 70%가 선불 조건이며, 올해 유입될 선수금이 9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아직 확인할 부분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오해는 ‘전력 확보 규모’를 곧바로 ‘당기 매출’로 오인하는 것이다. 네비우스는 연말까지 800메가와트(㎿)에서 1기가와트(GW) 수준의 전력을 인프라망에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전력망이 연결되는 순간 즉시 매출이 찍히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 시운전을 거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반도체 서버를 설치·연결해 클러스터링을 완성한 뒤, 소프트웨어를 얹고 고객 데이터를 이전하는 데 수개월의 물리적 시간이 소요된다. 또 올해 예상 매출은 30억~34억 달러인데 투자는 200억~250억 달러다. 버는 돈의 여섯 배 이상을 쏟아붓는 구조이므로, 수요가 조금만 흔들려도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또 네비우스와 데이터센터 소유자가 수익을 어떤 비율로 나누는지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는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라고 설명하지만 구체적인 배분 조건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실제 이익 기여도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AI 수요가 지금의 기세를 유지하는지, 전기와 반도체가 제때 확보되는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 확인된 사실만 놓고 보면, 이 회사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상태다.

이 콘텐츠는 '문화일보'에 등재된 기고글입니다.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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